[르포] 부모 손놓고 뛰는 아이·캠코더 든 경찰…초등생 첫 등굣길

정경훈 기자
2020.05.27 15:00
서울 성북구 정덕초등학교 앞 초등학교 1, 2학년생들의 등교 모습 /사진=정경훈 기자

27일 코로나19 사태 후 초등학생들의 첫 등교길에는 '교통 경찰'이 함께 했다. 아이들과 학부모의 가장 큰 걱정거리 중 하나인 교통사고 예방 활동에 나서기 위해서다. 부모 손을 잡고 있다가도 금세 뛰어가는 이날 아침 아이들의 모습은 교통안전활동의 필요성을 대신 설명해줬다.

앞서 서울지방경찰청은 초등학교 등교가 시작되는 27일 부터 교통사고 우려가 있는 초등학교 인근에서 단속 등에 나선다고 밝혔다.

서울 성북경찰서가 이날 오전 8시~9시20분까지 정덕초등학교 스쿨존에서 진행한 교통안전, 사고 예방 활동에 동행했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탓에 학년별 등교일이 달라 이날 정덕초에는 1·2학년생 250명이 등교했다.

학교 인근 과속·신호위반·불법주차 차량은 아이들 안전을 위협하는 존재다. 아이들도 뭉치면 쉽게 산만해지는 탓에 어른보다 사고 위험도가 높다. 경찰 활동은 오랫동안 학교 앞 아이들을 보지 않고 출퇴근을 하던 운전자들의 경각심도 높여줄 수 있다.

김용욱 성북경찰서 교통과장은 "이곳은 지난해 어린이 교통사고가 0건으로 안전한 편"이라며 "오늘 활동은 사고 예방 차원에서 진행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활동은 스쿨존 안전 운전을 위해 만들어진 민식이법 이후 첫 초등학교 등교길 단속이기도 하다.

안전 활동에는 경찰 5명, 성북구청 교통안전지킴이 2명, 모범운전자회원 8명 등이 투입됐다. 견광봉을 들고 도로와 인도에 선 경찰들은 혹시 모를 속도·신호 위반 차량을 단속하기 위해 도로를 주시하고 있었다.

정덕초는 10개 이상 아파트 단지를 포함해 빌라 등이 빼곡히 들어찬 주택가에 위치한다. 사는 사람이 많은 만큼 학교 앞 왕복 5차로 아리랑로에도 소형 승용차부터 대형 버스까지 출근 차량이 끊이지 않았다.

경찰 활동과 '민식이법'을 동시에 의식한 탓인지 과속이나 신호, 속도위반하는 차량은 보이지 않았다. 캠코더를 든 경찰은 위반 차량을 잡기 위해 도로를 찍고 있었다.

교통안전지킴이 깃발 뒤에 서 있던 학생들은 초록불이 켜지자 한쪽 손을 번쩍 들고 횡단보도를 건넜다. 반대 손으로는 엄마, 아빠 손을 꼭 잡고 있었다.

아이 가방이나 준비물 꾸러미를 대신 든 부모들은 차들이 멈춰도 좌우로 고개를 돌리며 찻길과 아이 발걸음을 번갈아봤다. 부모들은 경찰의 교통 안내에 더 안심하는 모습이었지만 아이들 돌보는 마음이 완전히 놓일 수는 없었다.

서울 성북구 정덕초등학교 앞 경찰의 교통안전활동 모습 /사진=정경훈 기자

교문 앞에서 만난 학부모 김태형씨(37)는 "경찰이 교통 안내해주니 안심된다"면서도 "학교 앞에 많은 차가 다닐 수밖에 없으니 불안함은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학부모 박모씨(36)도 "경찰이 단속해주고 민식이법이 생겨 안심은 더 된다"면서도 "운전하는 애들 아빠 생각하면 민식이법 처벌 수위는 조정될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아이들의 주 통학로는 교문으로 이어지는 아리랑로, 주택가에서 이어지는 골목 3개다. 학교 앞 길은 구불구불하지 않고 잔골목이 적은 정돈된 길이었다. 정돈된 골목이라도 속도위반이나 시야를 가리는 불법 주차로 일어날 수 있는 사고에는 항상 주의해야 한다.

학교 인근에서 40년 이상 가게를 해온 방호희씨(86)는 "위험 운전은 거의 없지만 선생님들 차와 아이들이 같이 다닐 수밖에 없는 길이라 항상 주의해야 한다"며 "하교길에는 학교 보안관이 앞 골목까지 교통지도를 해 뛰는 아이들도 줄고 과거보다 안전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단속 중 현장에서 신호·속도 위반으로 단속된 운전자는 없었다. 초등학생들의 2020년 '첫 등교'는 안전하게 마무리됐다. 그러나 부모들이 데리러 오기 힘든 하교길 교통사고 등 개학과 함께 주의해야 할 부분은 상존한다.

김 과장은 "20분 내외로 정해진 등교길보다 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고 불법주차가 늘어나는 하교길에 더 주의가 필요하다"며 "경찰도 아이들 사고 예방을 위해 더 열심히 학교 앞 안전활동에 나설 것"이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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