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산 오르자 나뭇가지가 꿈틀, 그것들은 다 벌레였다

정한결 기자, 이강준 기자
2020.07.25 06:00

[주말 기획]벌레의 습격①

23일 오전 9시 30분쯤 찾은 서울 은평구 봉산 해맞이 공원. 나무 의자에 대벌레가 엉겨 붙어 있다./사진=정한결 기자.

전국 각지에서 돌발 해충이 발생하고 있다. 출현 장소는 실외와 실내, 도심과 외곽을 가리지 않는다. 안전하다고 생각했던 수돗물에서조차 벌레 유충이 발견됐다. 인천, 경기와 서울, 부산까지 발칵 뒤집혔다.

도심과 도외에서는 대벌레, 매미나방, 노린재가 창궐한다. 매미나방의 경우 여의도 면적의 20배가 넘는 영역에서 활동 중이다. 정부는 관련 민원이 폭주하자 3주가 넘도록 방제 작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벌레 수는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머니투데이는 그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23일 서울 도심 내 해충 발생 지역 두 곳을 찾았다. 주룩주룩 내리는 비에도 벌레를 쉽게 포착할 수 있었다. 등산객들과 시민들의 산책로로 쓰이던 북한산과 봉산 일대는 벌레가 점령하다시피 했다.

수십마리 엉겨붙은 대벌레…"인간이 저지른 죄"

이날 오전 9시 30분 찾은 서울시 은평구 봉산 해맞이 공원 입구는 이른 아침부터 분주했다. 최근 급격하게 불어난 대벌레의 방제를 위해 은평구청과 산림청 직원들이 비를 맞으면서 방제 호스와 물자를 정상으로 날랐다.

현장에 투입된 박일환 산림청 예찰단 단장은 "나무를 자세히 살펴보면 나무가 아니다"라면서 "여름인데 잎을 다 먹어 치워 가지만 남아 있는 건 다 벌레라고 보면 된다. 위로 올라갈수록 심하다"고 설명했다.

대벌레는 성충일 경우 몸길이가 10㎝에 달하는 벌레다. 3월 말부터 부화해 11월까지 활동하기도 한다. 최근 들어 은평구 20㏊ 지역과 제주도에서 집중 발생하면서 관련 민원이 폭주하고 있다.

실제로 이날 산림청 직원들을 따라 봉산 꼭대기로 향하는 길에서 대벌레를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나무 계단 위 간간히 떨어져 있는 나뭇가지가 꿈틀거리면 벌레였다.

산 위로 올라갈수록 벌레 수만 아니라 악취도 심해졌다. 정상 인근 간이 쉼터에는 운동 기구 활용이 어려울 정도로 벌레가 쌓였다. 기구 옆에는 방제 작업으로 죽은 대벌레의 사체가 수북이 쌓였고, 그 썩은 내는 마스크를 뚫고 코를 찔렀다.

23일 오전 9시 30분쯤 찾은 서울 은평구 봉산 해맞이 공원에서 발견한 대벌레 모습. /사진=정한결 기자./사진=정한결 기자.

거의 매일 이 곳을 찾는다는 은평구 주민 이상철(73)씨와 이모(73)씨는 나무 의자에 수십 마리 가량 엉겨붙은 대벌레를 밟아 죽이고 있었다.

이상철씨는 "이렇게 치워도 다음 날 오면 그만큼 또 쌓인다"면서 "오히려 오늘은 적은 편"이라고 말했다. 옆에 있던 다른 이씨도 "겨울에 다 얼어 죽었어야 했는데 (기후 변화 때문에) 살아남아 이런 것"이라면서 "인간이 저지른 죄"라고 거들었다.

'대벌레 대란'에 은평구는 지난 9일부터 4차례나 방제를 실시했지만 개체 수가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이날 오전 정상 주변에서만 직접 손으로 나무에서 수거한 대벌레만 50ℓ 봉지 9개를 채웠다.

정상에서 만난 산림청 관계자는 "오전에만 수천마리 넘게 잡았는데 오후에도 그 정도를 예상한다"면서 "길가 위주로 방제 중이지만 산 속은 더 심각하다. 나무 반, 벌레 반이다"고 설명했다.

매미나방에 골머리…"밤에는 문 열기 겁난다"
지난 13일 서울 강북구 우이동 북한산국립공원 부근 '페로몬 트랩' 모습 /사진제공=북한산국립공원사무소

같은 시각 찾은 서울 강북구 우이동 북한산 일대는 매미나방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주로 7~8월에 활동하는 매미나방은 성인 남성 엄지손가락만 한 곤충이다. 최근 전국 발생 면적은 총 6182㏊로 여의도 면적(290ha)의 20배가 넘는 수치다. 서울에서만 1656㏊에 이른다.

대벌레와 달리 매미나방은 민간 거주 영역마저 침범했다. 북한산국립공원 입구 인근 카페를 운영하는 박모씨는 "손님들이 창에 들러 붙은 나방에 혐오를 느껴 가게에 오래있지 않고 나간다"면서 "밤에는 아예 문을 열기가 겁날 정도"라고 토로했다.

실제로 카페 지붕에는 갈색 모양의 매미나방 알들이 수북이 붙어 있었다. 박씨는 "청소를 주기적으로 하지만 너무 높이 위치해 치우기 힘들다"고 말했다.

인근 사찰인 도산사 직원들도 벌레 대발생으로 인한 고초를 호소했다. 관리 직원 김모씨는 "요즘 매미나방 뿐 아니라 작은 귀뚜라미 같은 벌레들도 갑자기 늘어나 사찰 관리에 애를 먹고 있다"며 "꼬리에 가시가 달려 물린 사람도 있다"고 밝혔다.

북한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는 쏟아지는 매미나방 민원에 기존 50여개 있던 매미나방용 '페로몬 트랩'을 지난 13일 130개를 추가 설치했다. 페로몬 트랩은 암컷 매미나방을 페로몬으로 유혹해 하단부에 설치된 끈끈이 필터로 나방을 잡는 기구다.

관리소 관계자는 "평년에는 3~4일만에 필터를 교체하지만 요즘은 하루 단위로 교체한다"면서 "이번 장마가 지나가면 알 제거 작업을 본격적으로 할 건데 나무 꼭대기 등 장소를 구분하지 않고 알을 낳아 제거가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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