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왕' 손흥민 vs '게임왕' 페이커…중국서 누가 더 인기?[관심집中]

오진영 기자
2020.08.09 08:00

지난 2월 중국 최대의 포털 사이트 중 하나인 '시나닷컴'은 방탄소년단(BTS)과 봉준호 감독, 김연아와 함께 축구선수 손흥민, 프로게이머 페이커(이상혁)를 한국의 '5대 국보'로 꼽았다.

이 소식이 알려지며 국내 커뮤니티에서는 뜨거운 논쟁이 벌어졌다. BTS가 '유명도 1위'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었으나, 손흥민과 페이커의 순위를 놓고서는 수천 건의 댓글에서 의견이 엇갈렸다.

페이커를 지지하는 팬들은 입을 모아 e스포츠에 막대한 돈을 쓰는 중국 시장의 인기를 근거로 들었다. 수십억 연봉을 제안받을 정도로 중국에서 큰 사랑을 받고 있는 페이커가 앞선다는 논리다. 정말 중국에서는 페이커가 손흥민보다 유명할까?

"손흥민 몰라? 이상해"…아낌없이 쓰는 中 축구팬
/사진 = 웨이보

중국 축구의 시장 규모는 상상 이상이다. 2016년 코트라(KOTRA) 분석에서 이미 중국 내 축구산업 규모는 8000억 위안(약 136조 원)이며, 이후 더 커졌다. 축구 팬은 최소 3억 명이 넘고, 베이징·광저우 등 인기 구단은 매 경기 4만명 이상이 찾는다.

중국 축구 팬들은 "축구를 보는 사람이면 손흥민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상하이 상강을 응원하는 A씨(32)는 "중국 축구 팬 중 손흥민을 모르면 비웃음의 대상이 될 것"이라며 "그는 아시아 전체의 자랑"이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중국 팬의 관심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가 '손흥민 전역 축하 광고'다. 2018년 9월 영국 웸블리 스타디움에는 중국어로 '손흥민 오빠 파이팅'이라는 문구가 등장했는데, 이 광고를 위해서는 최소 3만 파운드(한화 약 5000만 원) 이상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웨이보 등 중국 내 SNS에서는 손흥민의 인기가 뜨겁다. 중국어로 손흥민(孙兴慜)을 검색하면 수십만 건의 게시글이 쏟아지며, 전문적으로 손흥민의 팬 그림이나 경기 영상 등을 다루는 계정도 등장했다.

중국 최대의 방송사 CCTV는 지난해 손흥민 특집 다큐멘터리를 편성하고 비중 있게 보도하면서 "공격수로서 필요한 모든 것을 갖췄다"고 극찬하기도 했다.

'선물 산' 쌓는 페이커…종목은 축구보다 '불리'
/사진 = 웨이보

페이커도 중국 내 인기는 절대 뒤지지 않는다. 중국 매일경제신문의 2018년 보도에 따르면, 중국 e스포츠 시장 규모는 880억 위안(약 14조원)을 넘어섰으며 최고 인기 종목은 단연 롤(LOL·리그 오브 레전드)이다.

롤 게임계에서 적수가 없는 페이커는 중국을 방문하거나 생일이 돌아올 때마다 중국 팬들의 선물 공세에 즐거운 비명을 지른다. 2017년 한 중국 팬은 페이커의 소속팀으로 수십~수백만원대 '명품'이 가득 담긴 선물 상자를 여러 개 보냈다.

2017년 베이징올림픽 주경기장에서 열렸던 페이커 출전 경기에는 중국 팀이 없었음에도 4만 명의 중국 팬이 운집했으며, 경기에 패배한 뒤 눈물을 흘리는 페이커는 웨이보·바이두 등 현지 사이트의 인기 검색어를 독점했다.

다만 페이커의 주 팬층이 10~20대라는 점은 다소 불리한 점이다. 전 연령대가 고르게 분포된 축구 시장과는 달리, e스포츠의 특성상 젊은 층이 주를 이루기 때문이다.

시장 규모도 다소 차이가 있다. 중국 축구 시장은 100조 원을 훌쩍 넘어섰으나, 이제 걸음마 단계인 e스포츠 시장은 10조원대이며, 그마저도 롤 뿐만 아니라 배틀그라운드·던전앤파이터·포트나이트 등 쟁쟁한 게임과 나눠야 한다.

페이커의 팬 계정을 팔로우하는 B씨(21)는 "(어린 이용자가 많은) 웨이보에는 당연히 손흥민보다 페이커의 팔로워가 많다"면서도 "롤과 축구의 '종목 인기'를 고려하면 아무래도 손흥민이 더 유명하지 않을까"라고 조심스럽게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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