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가 풀리지 않는다" (30대 직장인 김모씨)
최근 우중충한 날씨에 김씨는 더욱 우울하다. 한 달에 최소 두 번은 가졌던 친구 모임도 코로나19 여파로 줄었는데 장마까지 겹치며 대거 취소됐다. 기분 전환을 위한 산책마저 어려운 악천후가 이어지면서 장마 관련 소식은 모두 스트레스다. 김씨는 "뉴스에 수해 때문에 힘들어 하는 사람들을 보는 것도 너무 안타깝고 힘들다"면서 "장마라도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역대 최장기 장마를 향해가는 빗줄기가 시민들의 시름을 더하고 있다. 이미 코로나19로 힘들어하는 이들에게 하늘마저 먹구름에 뒤덮였다. '코로나 블루'에 이어 '장마 블루'가 겹치는 상황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10일부로 올해 장마는 33년 만에 장마가 가장 늦게 끝난 1987년과 타이를 기록했다. 8월 중순까지 장마가 이어질 전망이라 신규 기록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 중부지방에서는 47일째 빗줄기가 이어지면서 역대 최장 장마 기록인 49일에 다가설 전망이다.
코로나도 다시 기승을 부린다. 한동안 해외 유입을 통한 감염자가 많았지만 최근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반석교회'를 비롯해 서울 남대문시장 인근에서 확진자가 대거 발생하면서 확산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코로나 여파로 한국 경제는 2분기에 3.3% 역성장했으며 실업률은 지난 5월 20년 만에 최저치, 20대 고용률은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모두가 어려운 상황에서 장마와 코로나로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활동마저 제한된다. 김씨는 "원래 혼자 노래방을 가서 스트레스를 풀었는데 이마저도 어려워지면서 스트레스가 쌓이고 있다"면서 "여기에 주변 사람들이 날씨와 코로나로 힘들고 우울해 하면서 나도 우울해진 것 같다"고 밝혔다.
대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이모씨(29)도 코로나와 장마에 답답하다. 이씨는 "4월에 부산 갔을 때 가게 주인이 '대구에서 왔다'는 말에 마스크를 황급히 올리거나 자리를 피한 적이 있었다"면서 "보균자·질병 취급에 불쾌했는데 지금도 대구 연관 검색어가 신천지나 코로나다. 코로나19가 끝나도 타격이 남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여기에 장마 기간까지 겹치니 원래 우울증이 있던 사람들이 더 우울할 수 있을 것 같아 걱정"이라면서 "정말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장마와 코로나로 인해 우울증 환자가 아니더라도 증상을 보일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도 "코로나 때문에 많이 불안하고 위축된 상황에서 재해를 동반한 장기간의 장마까지 겹쳤다"면서 "불안감이나 트라우마가 반복되며 더 심각해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시민들이 코로나·수해라는 저항하기 힘든 재난 상황 앞에 놓이면서 무기력감을 느낀다"면서 "이런 상황이 지속되다 보면 원래 우울감, 우울증, 불안감이 없던 사람들도 관련 증상에 빠질 수 있어 전염되는 것을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종익 강원대 정신의학과 교수는 "코로나로 인해 사회적 활동이 중단되고 악천후로 생리적으로 기분이 다운되는 상황"이라면서 "설상가상의 심각한 사태"라고 진단했다.
우울증에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규칙적인 생활이 필요하다. 안 좋은 소식을 들었을 때 다른 사람과 소통을 통해 부정적인 생각을 털어내고, 악천후 때문에 어렵더라도 운동이나 소소한 취미도 꾸준히 하는 것도 중요하다.
임 교수는 "불안감이 지속되면 상담전문가나 의사의 도움을 받는 것을 망설이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