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법감시위 소용없었다…이재용 징역 2년6개월 법정 구속

김종훈 기자
2021.01.18 14:35

[theL] 파기환송심 맡은 서울고법 "준법감시위 실효성 참작 못해…양형조건 참작 부적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이기범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 뇌물 사건으로 기소된 이재용 부회장이 파기환송심 재판에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는 18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상 뇌물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에서 이 부회장에 대해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도 마찬가지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 황성수 전 전무는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윗선 지시에 따라 움직이기만 했을 뿐이라는 점이 참작됐다.

재판부는 이 부회장에 대해 실형을 선고하면서 "우리나라 최고 기업이자 글로벌 혁신기업인 삼성이 정치권력이 바뀔 때마다 범죄에 연루된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부회장은 최후진술에서 준법을 넘어 최고 수준의 투명성과 도덕성을 갖춘 회사를 만들겠다고 다짐한 바와 같이 준법경영 의지를 진정성 있게 보여줬다"며 "시간이 흐른 뒤 더 큰 도약을 위한 준법윤리 경영의 출발점으로서 대한민국 기업역사에서 하나의 큰 이정표라는 평가를 받길 바란다"고 했다.

이번 파기환송심 선고에서는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활동내역이 이 부회장의 양형에 영향을 미칠지 여부가 관심이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준법경영을 향한 진정성이 엿보이기는 하지만, 준법감시위가 양형에 반영할 만큼의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면서 양형요소로 고려하지 않겠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은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이 부회장은 박 전 대통령과 최서원씨(옛 이름 최순실씨) 쪽에 뇌물을 건넨 혐의로 기소됐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삼성에서 최씨 쪽에 지급된 액수, 지급하기로 약속한 액수를 합쳐 총 440억원을 뇌물로 잡았다.

특검은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과 세 번 독대하면서 뇌물 거래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성사에 힘써주는 대신 이 부회장이 최씨 쪽에 뇌물을 주기로 했다는 것이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은 이 부회장 경영권승계 작업 중에서도 핵심사안이었다.

합병은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던 국민연금이 찬성에 표를 던지면서 최종 성사됐다. 이때 여러 불법이 이뤄졌으며, 청와대와 보건복지부가 적극 개입했다고 특검은 주장했다. 당시 국민연금 실무자들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비율은 제일모직에 유리하게 조작됐다고 증언했다. 또 홍완선 당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이 국민연금 간부들을 종용해 합병 찬성을 끌어낸 것으로 조사됐다.

그 사이 삼성 쪽에서는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 최씨 쪽에서는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가 국내·외에서 긴밀히 만나 최씨 딸 정유라씨 승마훈련 지원 방안을 논의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 과정에서 마찰이 생기자 박 전 사장이 최씨 쪽에게 "원하는시는 대로 해드리겠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이 부회장 사건을 맡은 1심 재판부는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과 뇌물 거래를 한 것이 맞다고 보고 징역 5년을 선고했다. 경영권승계를 목적으로 한 지배구조 개편작업은 실재로 존재했고, 이 작업을 완성하기 위한 부정청탁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그 결과 삼성이 정씨 승마훈련 지원 명목으로 건넨 72억여원,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영재센터) 후원금 16억여원 등 총 89억원이 뇌물로 인정됐다. 영재센터는 최씨 조카인 장시호씨가 설립한 것으로 실제 운영은 최씨가 했다.

그러나 2심에서 뇌물액수는 36억원으로 줄어들었다. 2심은 경영권승계 작업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았고 뇌물 거래도 없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제3자 뇌물혐의가 적용됐던 승마훈련 마필 관련 36억여원, 영재센터 후원금 16억여원은 무죄 판단이 나왔다. 승마지원 용역계약 명목으로 비덱스포츠가 받아간 36억원에 대해서는 단순 뇌물죄가 적용됐었기 때문에 부정청탁 존재와 상관없이 유죄 판단이 유지됐다.

이 판결은 대법원에서 뒤집혔다. 대법원은 경영권승계 작업과 부정청탁은 존재했다는 판단과 함께 마필 관련 비용 34억원, 영재센터 후원금 16억여원을 뇌물로 판단했다. 마필 관련 비용 36억원 중 보험료 2억여원은 뇌물에서 제외됐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의 뇌물액수는 86억여원으로 재산정됐다.

대법원에서 사건을 돌려받은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이번 사건에 전문심리위원 제도를 활용하겠다고 나섰다. 삼성그룹에 준법감시위원회를 설치하도록 하고, 전문심리위원들이 준법감시위 활동을 평가하면 그 평가를 이 부회장의 양형에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이 부회장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해주려고 구실을 만드는 것 아니냐며 특검에서 강하게 반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따라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 홍순탁 회계사, 김경수 변호사 등이 전문심리위원으로 지정돼 준법감시위 활동평가를 마쳤다. 강 전 재판관은 준법감시위를 통해 개선된 점도 있지만 한계도 있다는 중립적 의견을 냈다. 홍 회계사는 준법감시위는 보여주기 식에 불과하다는 부정적 평가를, 김 변호사는 이번 준법감시위를 시작으로 삼성이 끊임없이 자정 노력을 해나갈 것이라는 긍정적 평가를 내렸다. 재판부는 이들의 평가를 토대로 이 부회장의 형량을 고민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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