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정원 미달' 텅텅 빈 지방 대학…지역 상권은 '유령거리'

원주(강원)=오진영 기자
2021.03.22 16:03

지난 19일 찾아간 강원 원주시 우산동 상지대학교 교정은 들뜬 새학기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었다 . 신입생들로 붐벼야 할 캠퍼스가 쥐 죽은 듯 고요했다.

중앙도서관 앞 전공서적을 든 학생이 20분에 1명꼴로 볼 수 있었을 뿐 이외에는 대부분의 교정에서 인기척을 찾기가 힘들었다.

강원도 원주의 상지대는 지역을 대표하는 대학으로 꼽힌다. 하지만 2021학년도 신입 모집에서 대규모 미달 사태를 맞았다.

원주 시민 사이에서는 '상지대가 없으면 원주 경제가 마비된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따라서 이번 상지대 미달 사태는 원주시 전체의 문제다. 학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다른 지방의 대학들 역시 해당 지역사회에 큰 고민거리를 안겨주고 있다.

"침몰하는 배 아니냐"…'미달 비율 30% 사태'에 불안한 학생들
19일 상지대학교 교정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 사진 = 오진영 기자

기자가 찾아간 이날 수백명의 학생이 들어갈 수 있는 체육관은 텅 비어 있었다. 교내 강의실이나 매점도 대부분 문이 닫혀 있었다. 정문에서 차량에 탑승한 사람을 상대로 코로나19(COVID-19)로 인한 발열 검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하지만 사람이 적어 10분에 2~3대 정도만 검사가 이뤄졌다.

한 건물 입구에는 '코로나19로 외부인 출입을 제한합니다'는 문구가 붙어 있었지만 출입을 단속하는 사람은 없었다. 한 건물에는 1층의 불이 모두 꺼져 있었다. 오랜 시간 사람이 다녀가지 않은 듯 냉기가 감돌았다. 정문에는 인근 중국집 전단지가 놓여 있었지만 먼지가 뿌옇게 쌓여 있었다. 코로나19 상황 때문이라고 하지만 전년도 올해 64개 신입생 모집 부문에서 30%에 달하는 미달율을 기록해 학교가 활기를 잃었다.

현장에서 만난 상지대 재학생 이모씨(22)는 "대면 수업을 위해 등교한 학생들 사이에서는 '침몰하는 배에 타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돌 정도다"며 "고학년들 사이에서는 학교가 망하기 전에 이제라도 늦지 않았으니 편입을 준비해야 한다는 학생들도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교수 게시판·에브리타임 등 학내 구성원들의 커뮤니티에는 정대화 상지대 총장을 겨냥해 '미달 사태에 대해 책임지고 물러나라'는 글이 잇따라 게시됐다.

정 총장은 지난 12일 학내 커뮤니티에 "책임을 통감하고 있으며 거취 문제는 구성원들의 뜻에 따라 결정할 것'이라는 글을 직접 올렸다. 상지대학교 관계자는 "교수직원이 18% 월급을 삭감하고 홍보 대책을 고심 중이지만 총장 사퇴 압박까지 들어오면서 상황에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상지대학교 침체 여파는 주변 상권으로까지 번졌다. 이날 상지대 인근의 상가에는 곳곳에 '원룸 임대' '임대료 인하' 등의 현수막이 나부꼈으며, 대부분의 음식점은 텅 비어 있었다. '임대 문의'라는 현수막이 걸린 정문 앞의 한 상가에는 오랜 시간 방치된 듯 신문지와 전기료 고지서, 깨진 유리병이 나뒹굴었다.

상지대 인근에서 테이크아웃 전문 카페를 운영하는 박모씨(51)는 "신입생이 없어 길을 오가는 사람이 없으니 하루에 커피 10잔 팔기도 힘들다"며 "지난해 코로나19로 매출이 50%이상 뚝 떨어졌을 때에도 견뎠는데 지금은 임대료 부담하기도 힘들어 대출을 알아보고 있다"고 했다.

"비대면으로 XX대 갈 바에는"…코로나19에 우는 지방 대학교
/사진 = 이승현 디자인기자

다른 지역 대학들도 학생 모집에 극도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충북 음성의 극동대학교는 2021학년도 모집 인원에서 정원의 29%가 미달됐다. 안동대(27%), 원광대(20%), 대구대(19%)도 높은 미달 비율을 기록했으며, 미달로 인한 전국 4년제 대학의 추가모집 인원은 2만 6129명에 달한다.

교육계에서는 학령인구 감소와 코로나19 등을 핵심 원인으로 꼽는다. 통계청 장래인구추계 발표에 따르면 만 18세 기준 학령인구는 지난해 51만 1707명에서 올해 47만 6259명으로 크게 감소했다. 여기에 코로나19 여파로 홍보 계획에 차질을 빚고 재수생 등이 크게 늘면서 지방대 지원 인원이 크게 감소했다.

강원 지역의 한 대학 관계자는 "강원도 지역의 대학은 70% 이상이 수도권에서 오는 학생들인 경우가 많다"며 "학생들 사이에서 '비대면으로 XX대 수업 들을 바에는 재수한다'는 이야기가 퍼지면서 지원 수 자체가 크게 감소했다"고 했다. 또 "지난해 고등학교 방문 홍보 일정도 줄줄이 취소되면서 인지도 자체가 감소한 탓도 있다"고 했다.

이대로라면 2~3년 이내에 폐교되는 지방 대학이 속출할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해에는 동부산대가 강제 폐교됐으며 지난달 28일에는 재정난으로 신입생 모집을 중단한 군산 서해대가 문을 닫았다. 교육부는 서해대를 운영하는 학교법인 군산기독학원에 법인 해산 명령을 내린 상태다.

경남 지역의 한 대학 관계자는 "국립대는 몰라도 지방 사립대는 대부분 존폐의 위기에 놓일 것"이라며 "지원 인원이 줄어 등록금 수입도 줄어들고 대학 구조조정이 현실화되면 대부분의 지방 사립대 교직원들은 생계를 걱정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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