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0시 한강공원 "술 안돼요" 단속에 시민들 "몰랐어요"[르포]

정한결 기자
2021.07.06 05:20
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나루역 인근 편의점 계산대에 '10시 이후 한강공원에서는 음주를 할 수 없습니다'는 종이가 붙었다. /사진=정한결 기자.

"오후 10시 이후에 술 안팝니다."

지난 5일 밤 10시,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 근처 편의점에서 30대 여성 정모씨는 흑맥주와 밀맥주 중 고심 끝에 맥주를 골랐지만 도로 내려놔야 했다. 편의점 직원이 "술은 갖고 오지 마세요. 밤 10시 이후로 술 못 마셔서 판매 안 합니다"며 판매를 거부해서다.

술 판매를 거부 당한 것은 정씨 뿐만이 아니었다. 이미 편의점 계산대 옆에서 계산하지 못한 술병이 쌓여 있었다. 정씨는 "오랜만에 한강에 와서 친구와 함께 술 한잔하고 가려 했는데 안된다고 해서 나왔다"고 말했다. 술 취한 직장인 3명도 술을 사러 들어왔다가 빈손으로 나갔다.

방역당국은 수도권 확진자가 급증하자 '밤 10시 이후 공원과 강변에서 술을 마실 수 없다'는 추가 방역조치를 전일 내놨다. 편의점 직원 황모씨는 "술을 안 파니까 평소보다 사람이 없다"며 "공문이 내려와 술을 팔지도 못하고, 공원 내에도 술을 마시는지 지켜보는 서울시 직원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강공원 인근에서 돗자리 등을 대여하는 A씨(69)도 "보통 밤 10시 넘어서 반납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오늘은 상당수가 일찍 반납했다"며 "술을 못 마시게 해서 그런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음주금지' 시행 첫 날 한강공원에는 밤 10시 이후에도 술잔을 기울이는 시민들을 볼 수 있었다.

음주금지에도 여전했던 한강공원…"잘 몰랐다"
5일 오후 서울시 직원들이 여의도 한강공원 일대에서 음주하는 시민들을 계도하는 모습. /사진=정한결 기자.

밤 10시 이후 한강공원은 거대한 '야외 주점'이 된 지 오래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일반 식당의 영업을 밤 10시로 제한하자 술이 모자른 시민들이 술병을 들고 한강으로 발길을 옮겼다. 특히 여름에 들어서며 밤에도 야외활동이 가능한 날씨가 되자 상황은 더 심각해졌다.

월요일 밤에도 한강공원에는 한밤의 피크닉을 즐기는 사람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돗자리를 깔고 나온 사람은 대부분 술이 아닌 음료와 간식거리를 싸 왔지만 맥주캔이나 소주병을 곁에 두고 있는 시민도 종종 보였다. 이날 밤 10시를 넘기자 공원 일대에는 10분에 한 번씩 '음주를 자제하고 귀가해달라'는 내용의 방송이 흘러나왔지만 일부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서울시 관리요원이 다가가 음주를 제지하자 "몰랐다"고 답하는 사람이 태반이었다. 강변에서 동갑내기 친구와 함께 마스크를 벗은 채 술을 마시던 김모씨(20)는 "5인 이상 집회 금지는 알아도 밤 10시 이후 음주를 하면 안 되는지 몰랐다"며 "저녁 8시에 술을 사 와서 지금까지 마셨다"고 밝혔다.

공원 내 광장 측 의자에서 술을 마시던 20대 6명도 "술을 마시면 안 되는지 몰랐다"고 했다. 이들은 서울시 관계자가 "음식 먹어도 괜찮고 더 머무르며 이야기해도 괜찮은데 술은 안된다"고 제재하자 "죄송하다"고 일어섰고 이내 인근 어둑한 벤치로 자리를 옮겼다. 따라간 기자에게 박모씨(20)는 "더 머무를 생각은 없고 술이 아까워서 들고 있었다"고 말했다.

서울시 "아직 처벌 규정 없어 계도만"

서울시는 아직까지는 음주 금지 관련 처벌 규정이 없어 계도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갑작스런 방역당국의 결정에 아직 단속 근거가 되는 조례를 만들지 못했다.

서울시 한강사업본부 관계자는 "오늘은 단속이 아니고 홍보와 계도"라면서 "방역 당국이 오늘 (음주 금지 조치를) 발표했기에 각 지자체가 과태료 규정을 마련하기까지는 처벌 수단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후 9시부터 직원 26명이 구역 별로 나뉘어 돌아다니며 '밤 10시부터 술을 못 마신다'고 시민들한테 설명했다"며 "밤 10시부터 자정까지는 돌아다니며 자제해달라고 요구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는 "시민들 대부분이 '잘 몰랐다'고 하시는데 (음주 금지 조치를) 잘 따라주신다"며 "오늘은 월요일이라 인파가 적지만 주말에는 직원들이 24시간 내내 순찰을 돌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5일 오후 10시 20분쯤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김모씨(20)가 동갑내기 친구와 함께 술을 마시고 있다. /사진=정한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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