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보이스피싱 '현금 전달'하던 대학생, 돈 돌려주고 자수한 사연

홍효진 기자, 박수현 기자, 홍재영 기자
2021.11.19 06:00

"대부업체 알바로 착각"…경찰 "범행 인지 여부 확인 중"

/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범죄조직에서 '현금수거책' 역할을 하던 대학생이 1600여만원 규모 범행을 저지른 뒤 경찰에 자수했다.

19일 청주 청원경찰서는 보이스피싱 조직에서 현금수거책으로 범행에 가담했다가 자수한 A씨(21)를 형법상 사기미수 혐의로 지난달 28일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청주 흥덕경찰서에서도 A씨로부터 700만 원가량의 사기 피해를 입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청원서는 해당 사건을 병합해 수사에 나섰고 A씨에게 사기와 사기미수 혐의를 모두 적용할지 검토 중이다.

A씨는 포털사이트 '구글'에서 아르바이트 일자리를 찾다가 보이스피싱 일당과 접촉하게 됐다. A씨는 당시 해당 조직을 대부 업체로 인식했고 메신저를 통해 상담을 받은 뒤 현금을 전달받아 송금하는 아르바이트로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A씨는 지난달 28일 청주 모처에서 첫 번째 피해자 B씨로부터 700만원을 건네 받고 무통장입금으로 보이스피싱 조직에게 송금했다. 이후 두 번째 피해자 C씨를 만나 900여만원을 넘겨받고 헤어진 A씨는 자신이 생각하던 업무와 다르다는 느낌을 받게 됐다.

A씨는 돈을 받고 몇 분 뒤에 C씨를 쫓아가 현금을 돌려주고 경찰에 자수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때문에 A씨의 두 번째 범행은 '사기'가 아닌 '사기 미수' 혐의가 적용됐다. B씨는 A씨에게 돈을 건네준 다음날 보이스피싱 범죄임을 깨닫고 흥덕서에 피해 사실을 신고했다.

경찰은 A씨와 피해자들을 상대로 한 차례씩 조사를 진행했다. 경찰은 A씨가 범행을 저지르며 보이스피싱 수거책 업무를 얼마나 인식하고 있었는지를 중점적으로 살펴보고 어떤 혐의를 적용해 송치할지 결정할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보이스피싱 조직은 피해자를 속이고 현금을 받아 당일 편취 금액을 다른 계좌로 송금한다"며 "경찰이 계좌를 추적해도 다른 계좌로 20~30번 끊임없이 인출과 입금을 반복하는 '물타기' 수법을 사용하기 때문에 피해자들이 피해 금액을 돌려받기 힘들다"고 말했다.

또 보이스피싱 가담자가 자수한 것과 관련해서는 "범행 규모가 커지면서 감당이 안돼 자백하는 경우가 가끔 있다"며 "이번 경우는 정말 범행을 인지하지 못하고 가담한 것인지 진위 여부를 더 확인해봐야 송치여부를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경찰청은 지난달 12일부터 3개월 동안 대검찰청과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범죄단체 가담자 자수기간을 처음으로 시행 중이다. 자수기간은 동종 전과가 없는 20~30대 청년층 등 단순 가담자들의 원활한 사회복귀를 지원하기 위해 마련됐다. 단순 가담자는 자수 경위와 진위 여부, 정보 중요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기소유예나 불입건 하는 등 최대한 관용 처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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