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비조합원 컨테이너 차 막으며 "같이 살자"…적막한 터미널

인천=김도균 기자
2022.06.09 16:20
9일 오전 11시쯤. 인천신항 선광신컨테이너터미널 앞.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조합원들이 비조합원 운송기사에게 파업 동참을 호소하고 있는 모습./사진=김도균 기자

"함께합시다. 같이 살자고요."

8일 오전 10시30분 인천신항 선광신컨테이너터미널(이하 선광터미널)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이하 화물연대) 인천지역본부 소속 조합원 40여명이 컨테이너를 싣고 들어오는 컨테이너 차량을 막아서고 말을 건다. 비조합원들에게 화물연대 총파업에 동참해줄 것을 호소하기 위해서다.

"같이 살자"는 조합원의 말에 한 비조합원 운송기사는 손인사를 건네며 "이것만 내려놓고 가겠다"고 답했다. 다른 비조합원 운송 기사는 "밥 먹고 하시라"며 응원의 말을 전했다.

비조합원인 A씨(62)는 차량에서 내려 조합원에게 말을 건네기도 했다. 6년째 운송업을 하고 있다는 A씨는 총파업 시작 전날인 6일부터 전날까지 운행을 멈췄다고 한다. A씨는 "컨테이너 반납을 제때 안하면 벌금을 내야 하는데 창고업을 하는 친척이 도와달라고 사정해서 오늘만 컨테이너 2대 반납하러 온 것"이라고 했다.

화물연대가 7일 오전 0시를 기해 총파업에 들어간 지 사흘째. 인천신항의 선광터미널·한진터미널은 한산한 모습이었다. 이날 오전 0시부터 오전 10시까지 선광·한진 터미널을 드나든 차량의 수는 각각 150여대, 250여대였다. 전날 하루 드나든 차량 수는 총 670여대, 700여대였는데 평소 각각 3500~4000대 수준이 오가는 것에 비하면 20% 수준이다.

비조합원들도 하나 둘 파업에 동참하는 모양새다. 화물연대 관계자는 "안전운임제 도입 이후 운송 기사들이 운임 현실화나 사고 감소를 체감하고 있기 때문에 비조합원들의 호응도 높은 편"이라고 했다.

비조합원인 A씨 역시 "트럭을 6년째 몰고 있는데 며칠 이상 쉬어본 적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주변에 있는 비조합원 운송기사들 모두가 운송 거부에 동참하고 있다"고 말했다.

9일 오후 2시쯤. 인천신항 한진인천컨테이너터미널 앞.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조합원들이 터미널로 들어오는 차량을 향해 팻말을 흔들며 운송 거부 동참을 호소하고 있다./사진=김도균 기자.

운송량이 큰 폭으로 줄면서 터미널 내 컨테이너 장치율(항만의 컨테이너 보관능력 대비 실제 보관된 컨테이너 비율)도 오르고 있다. 한진터미널에 따르면 오전 11시 기준 한진터미널의 장치율은 80% 후반인데 평상시 80% 초중반에 비해 소폭 높다. 같은 시각 선광터미널 장치율은 76.4%로 추산됐는데 이 역시 평상시 70%선과 비교하면 높은 수치다.

인천항만공사(IPA)는 물량 적체에 대비해 파업 첫날(7일)부터 임시장치장을 개방했다. 인천항 배후단지 등 5개소 약 40만㎡ 규모로 3만3667TEU 규모의 컨테이너를 보관할 수 있는 임시 컨테이너 장치장을 확보했다. TEU는 20피트의 표준 컨테이너 크기를 나타내는 단위다.

인천항만공사 관계자는 "아직 임시장치장에 적치된 물량은 없다"면서도 "앞으로 쌓일 물량에 대비해 임시장치장을 개방했다"고 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이날 전국 항만 장치율은 70.2%로 평상시 65.8%에 비해 소폭 증가했다. 69.0%였던 전날보다는 1.2%포인트 상승했다. 통상 80% 수준을 웃돌면 항만에서 정상적인 운송·적재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해석한다. 국토부는 "사전 수송 효과로 아직까지는 물류 피해가 크지는 않다"고 했다.

운송 대란은 벌어지지 않았지만 산업현장 곳곳에서 경고음이 들린다. 레미콘 업계의 경우 삼표의 전국 17개 공장은 화물연대 파업으로 시멘트 수급에 차질이 생기며 전날부터 대부분 가동을 중단했다. 현대차 울산공장은 전날 오후조 근무부터 생산라인이 일시 중단됐다가 다시 가동하는 등 생산 차질을 빚었다.

화물연대 16개 지역본부가 총파업에 돌입한 지 사흘째인 9일 오전 인천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 인천신항 일대 도로변에 화물연대 인천지역본부 소속 화물차량들이 줄지어 정차돼 있다./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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