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31일은 이유진씨(가명) 어머니의 귀한 휴일이었다. 매일 새벽 5시부터 저녁 7시까지 공장서 일하는 고된 나날이었으니까.
모처럼 쉬던 날, 50대 후반인 이씨 어머니는 또래 친구 두 명과 함께 영화관에 갔다. 평소 영화를 무척 좋아했단다. 그때마다 딸인 이씨가 예매해주곤 했었는데, 그날은 갑작스레 가서 현장서 사야 했다. 그리 도착한 곳은 경기도에 있는 롯데시네마 ㅅ지점이었다.
이씨 어머니는 영화 <헌트>가 보고 싶었다. 그런데 예매하려고 보니 '키오스크(무인 단말기)'를 통해서 해야 했다. 말이 없고 어려운 기계가 난관이었다. 어찌 예매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도움을 청할 수 있는 건 사람뿐이었다. 이씨 어머니는 매표소에 가서 사정을 얘기했다. 거기 있는 직원에게 "영화 티켓을 구매하려 하는데 잘 몰라서, 여기서 할 수 있게 해달라"고 했다.
그러나 매표소 직원들은 "키오스크에 가서 예매하라"는 말만 반복했단다. 이씨는 "어머니 말씀으로는, 그 직원이 '거기서 기계로 예매하시면 되는데, 가서 해보세요'라고 했다더라"라고 했다.
이씨 어머니가 "키오스크를 할 줄 몰라서 직원에게 온 것"이라고 했으나, 직원은 "기계로 하시라"는 말만 반복했단다. 친구 중 누군가는 "됐으니까 그냥 가자"고 하기도 했다.
이씨 어머니는 딸인 이씨에게 전화로 부탁해, 어렵사리 영화를 예매했다. 그 당시엔, 이씨는 어머니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자세한 얘긴 듣지 못했다.
이씨와 그의 어머니가 일주일 뒤 저녁을 먹을 때였다. 그 자리에서 이씨는 이 이야길 처음 들었다. 영화관에서 키오스크 때문에, 엄마가 영화를 못 볼 뻔했단 걸 알게 됐다.
이씨가 "그날 왜 바로 이야기를 안 했느냐"고 묻자, 그의 어머니는 "딸 취업 공부하는데 방해될 것 같아서"라고 했다. 이씨는 너무 속상한 마음에, 밥을 먹다 말고 화장실에 가서 눈물을 흘렸다.
이씨 어머니는 그 일을 겪은 뒤 영화 보는 걸 속상해했다. 많이 위축되었다. 그는 딸에게 "내가 나이가 들어서 서글프다"고 했다.
이씨는 모친을 대신해 롯데시네마 홈페이지에, 이와 관련해 문의하는 글을 남겼다. 직원들이 도와주지 않아 되게 속상했다는 내용이었다.
이틀 뒤 그 글에 답변이 달렸다. 롯데시네마 ㅅ지점 관계자는 "안내 과정에서 저희 직원이 친절하게 안내해드리지 못했던 것 같아 죄송한 마음"이라며 "직원 응대로 기분 상하셨던 부분에 대해 대단히 죄송하다"고 했다. 이 내용을 전 직원과 공유하겠다고도 했다.
이를 본 이씨는 롯데시네마 직원의 답변이 '형식적'이라고 느꼈다. 그는 "예를 들면 '저도 현장에 있었으면 도와드렸을 텐데 아쉽다'고, 그렇게 제 이야기에 공감해주길 바랐는데 너무 형식적인 답변이어서 더 화가 났다"고 했다. 그러나 이씨는 이에 대해 더는 문제 삼지 않았고, 그걸로 말았다고 했다.
롯데시네마에서 '키오스크' 예매를 어려워하는 어르신 등 관객들이, 직원에게 도움을 요청할 때의 '매뉴얼'은 있는 걸까.
이와 관련해 롯데컬처웍스 관계자는 "키오스크를 어려워하는 분들에게 저희 쪽에선 직원이 도와드리도록 '매뉴얼'을 가지고 있다"며 "현장에서 일하려면 직원이 당연히 숙지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영화를 보는 과정에서 불편 겪으셨던 부분은 죄송한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영화관만의 문제는 아니다. 서울디지털재단의 <2021년 서울시민 디지털역량실태조사>에서, 55세 이상 고령층의 54.2%가 '키오스크 이용 경험이 없다'고 했다. 75세 이상은 86.2%가 키오스크를 써보지 못했다고 했다.
고령층이 키오스크를 못 쓰는 이유 중 가장 많은 건 '사용 방법을 모르거나 어려워서(33.8%)'였다. 키오스크 이용 능력은 전체 평균은 74.2점이었으나, 75세 이상은 41점에 불과했다. 사용하기 어려운 키오스크는 '관공서 등 행정 서비스(47.4%)', '교통서비스(32.6%)', '전시, 공연장(31.8%)', '종합병원(29%)', '무인 매장(23.1%)', '백화점, 마트(21.6%)' 순이었다.
해결하는 방식도 고령층은 '타인의 도움으로 해결(64.8%)'이 가장 많았다.
'고령층 친화 디지털 접근성'을 연구하는 강민정 서울디지털재단 디지털전략팀 주임은 "한 번이라도 키오스크를 써보신 분들은 습득도 빠르고 활용 능력이 좋은데, 아예 안 써본 분들이 처음 시도하기 어려워한다"며 교육을 확대하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와 함께 키오스크 기기의 개선도 필요하다고 했다. 강 주임은 "키오스크 기기가 하드웨어, 인터페이스나 절차가 매장마다 달라서, 처음 제작할 때 통일할 수 있으면 좋을 것"이라고 했다. 누구나 사용하기 편하도록, '키오스크 UI 가이드'에 따라 설계하는 게 필요하단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