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가 어느 땐데"…'현장에 손글씨로' 법원 경매, 직장인엔 '그림의 떡'

박다영 기자
2023.03.07 04:50

[MT리포트-'먹통 느림보' 사법서비스]⑥아날로그 고집하는 법원 경매

[편집자주] 법원 전산망 전체가 마비되면서 재판 일부가 연기되고 전자 소송, 사건 검색 등 대국민 서비스가 전면 중단되는 초유 사태가 발생했다. 법조계에서는 법원의 안일한 전산행정과 권위적인 서비스 인식이 빚어낸, 예고된 사고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뉴스1) 이승배 기자 = 주택시장 한파가 경매시장으로 이어지면서 전국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이 75% 아래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한국부동산원이 부동산테크를 통해 공개한 '임대차시장 사이렌'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낙찰가율은 74.9%로 전월(76.2%) 대비 1.3%포인트(p) 감소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도심의 아파트 단지. 2023.1.18/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30대 직장인 투자자입니다. 임장은 주말에, 정보 검색은 퇴근 후에 하고 있습니다. 법원 경매 입찰은 주중 오전에 가야 하는데 남은 연차가 없어서 고민입니다."

최근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 올라온 고민글이다.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비슷한 글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해당 글에는 "저도 직장인이라 대리 입찰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가족에게 부탁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 아닐까요"라는 댓글이 달렸다.

부동산경기가 롤러코스터를 타면서 법원 경매로 눈을 돌리는 이들이 늘면서 법원의 '아날로그 입찰 시스템'에 불만을 터트리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생활필수품부터 신선식품, 가전까지 못 사는 게 없는 세상이지만 법원 경매에는 전자 입찰 시스템이 도입조차 되지 않았다.

법원 경매에 참여하려면 우선 법원 경매 정보 사이트에서 용도·지역별로 마음에 드는 물건을 고른 뒤 경매 당일에 해당 물건이 위치한 곳의 관할 지방 법원을 방문해야 한다. 이를테면 낙찰받고 싶은 물건이 제주도에 있다면 제주도를 방문해야 한다. 경매는 대부분 평일 오전에 진행되기 때문에 직장인이 참여하려면 연차를 써야 한다.

입찰은 수기로만 한다. 실수로 입찰금액을 잘못 작성했다가 수정하면 무효 처리된다. 금액을 착각해 잘못 적은 경우에는 입찰 보증금을 날릴 수도 있다. 입찰가격에 0을 하나 더 붙여 재산상 큰 손해를 입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낙찰되면 감정평가액의 10~20%인 보증금을 현장에서 지불하게 된다.

연차가 부족한 직장인들이 대리입찰을 부탁했다가 수기 작성 과정에서 실수가 생겨 수천만원의 금전 손해를 보는 경우가 있다. 이런 점 때문에 사실상 직장인들이 법원 경매에 나서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법원 경매 특유의 아날로그 시스템은 코로나19 유행 당시에도 논란이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도입됐을 때도 응찰자들이 북적여 집단 감염이 발생할 수 있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감염을 막는다는 이유로 전국 법원의 경매 일정이 일제히 취소되는 일도 있었다.

현장 입찰을 고수하는 법원 경매 시스템은 한국자산관리공사가 2002년 구축한 온라인 공매 시스템 '온비드'와도 비교된다. 온비드에서는 물건 검색과 입찰이 모두 가능하다. 온비드로 입찰에 참여한 이들은 지난해 10월 기준 240만명을 넘어섰다.

법원 경매에도 전자 입찰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법원은 전자 입찰을 도입할 경우 고령자 등 정보 소외계층이 입찰에서 제한될 수 있다는 이유로 전자 입찰에 여전히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전자 입찰제 도입은 구체적인 진척 없이 검토 단계에 있는 상황"이라며 "경매는 공매와 적용되는 법이 다르고 경매에는 민사 집행절차의 특수성이 있어 효용성, 편의성만으로는 전자입찰 도입을 결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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