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통 느림보' 사법서비스
법원 전산망 전체가 마비되면서 재판 일부가 연기되고 전자 소송, 사건 검색 등 대국민 서비스가 전면 중단되는 초유 사태가 발생했다. 법조계에서는 법원의 안일한 전산행정과 권위적인 서비스 인식이 빚어낸, 예고된 사고라는 지적이 나온다.
법원 전산망 전체가 마비되면서 재판 일부가 연기되고 전자 소송, 사건 검색 등 대국민 서비스가 전면 중단되는 초유 사태가 발생했다. 법조계에서는 법원의 안일한 전산행정과 권위적인 서비스 인식이 빚어낸, 예고된 사고라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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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시스템이 잠깐 멈췄다가 재개됐다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그동안 법원의 행정편의주의를 두고 제기됐던 잠재적 우려가 확인됐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신설된 부산·수원회생법원으로 사건 전산자료를 이전하는 과정에서 전국 법원 전산망이 마비된 초유의 사태를 두고 법조계 한 인사는 6일 이렇게 말했다. 대법원은 시스템 중단이 전산자료 동일성을 유지하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해명했지만 법조계에서는 "막을 수 있는 일을 막지 못한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권위주의적인 사법행정이 빚은 예고된 사고라는 지적이다. 법원 전산망은 지난달 28일 오후 8시부터 이달 2일 오후 11시까지, 4일 오전부터 5일 오후 9시까지 두차례 중단됐다. 당초 지난달 28일 오후 8시에 시작, 이달 2일 오전 4시에 끝내려던 자료 이전 작업이 마무리되지 않자 재판 사무시스템과 전자소송시스템을 재가동하려 했지만 법원 재판 업무가 시작될 때까지 시스템 정상 운영에 실패했다. 이 사태로 전국 최대 법원인 서울중앙지법
전국 법원을 휩쓴 내·외부 전산 마비 사태가 지난 5일 밤 9시 전자소송 시스템 재개로 일단락됐지만 법조계에서는 비슷한 문제가 다시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현행 시스템이 노후할대로 노후해 내년 상반기 차세대 전자소송시스템이 개통하기까지는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점에서다. 판사와 법원 실무자가 이용하는 현재의 재판사무시스템은 1998년 개발됐다. 2011년부터는 변호사와 소송 당사자가 전자소송시스템을 통해 직접 소송 서류를 제출·조회할 수 있게 됐다. 민사소송 분야에서 전자소송 접수건은 2021년 기준으로 전체 소송 접수건수의 90%를 넘길 정도로 법조계에서 보편화된 상태다. 문제는 법원 전산시스템이 그동안 필요에 따라 제각각 신설, 개선되면서 표준화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사법정책연구원이 지난해 10월 발간한 '민사전자소송 시행 10년' 보고서에 따르면 법원 내·외부인을 상대로 한 사법 업무 시스템을 유지하는 서비스 단위는 118개에 달한다. 서비스 시스템이 일원화
최근 법원의 '전산 시스템 마비'가 법조계의 질타를 받으면서 몇 해 전 법원 직원들의 재택근무 때문에 문의나 서류 제출에 불편이 발생했던 사례가 다시 거론된다. 소송 관련 서류는 '불변기간' 안에 제출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전산망 마비는 심각한 권리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놓인 소송 당사자에게 서류 제출 기한을 늘려주는 예외 조항을 만드는 등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2일 전국 법원이 사용하는 전산망이 마비됐다. 앞서 법원은 최근 문을 연 수원회생법원·부산회생법원에 사건 관련 데이터 등을 수월하게 옮기기 위해 전산망 가동을 잠시 중단했다. 이 과정에서 오류가 생겨 시스템이 멈춘 뒤 복구가 늦어졌다. 이를테면 피고인 등 소송 당사자가 재판 진행 상황 등을 파악하기 위해 사용하는 '나의사건검색' 시스템이 종일 '먹통'이 됐다. 민사소송 관련 서류는 대부분 전자 형태로 제출되는데, 전산망 마비로 재판 당사자들이 기록을 내거나
# 직장인 A씨는 최근 부동산 등기부 등본을 열람하려고 대법원 등기소 사이트에 접속해 열람에 필요한 요금까지 지불했지만 필요한 서류를 열람할 수 없었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MS(마이크로소프트) 엣지나 구글 크롬으로는 안 되고 옛날 브라우저인 인터넷 익스플로러에서만 가능하다"는 글이 보였다. A씨는 "지난해 이미 MS가 익스플로러 지원을 중단했는데도 아직 법원 시스템은 익스플로러를 쓴다는 것"이라며 "후진적인 시스템이 이용되고 있다는 데 놀랐다"고 말했다. 법원의 '나의 사건검색' 서비스를 비롯해 공고·판결문 인터넷 열람 서비스 등이 지난 2~5일 두차례 먹통이 된 것을 계기로 법원 전산 시스템의 후진성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법원 시스템을 수시로 이용하는 검사, 변호사 등 법조인은 물론이고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도 구시대적 법원 시스템의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이어진다. 구글플레이스토어에서 '대한민국 법원' 앱을 검색하면 이용자들의 불만이 또렷하게 확인된다. 이 앱은 사건
최근 법원의 전산 시스템 마비로 대법원이 대국민 사과까지 했지만 국민들의 불만과 불안은 여전하다. 그동안 법원의 고압적인 전산 시스템에 불편을 호소했던 국민들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법원 시스템이 언제든 중단될 수 있다는 잠재적 우려까지 확인하면서다. 지난해 카카오가 데이터센터 화재로 수일간 주요 서비스가 먹통된 뒤 5000억원이 넘는 대규모 보상안을 실시했던 것과 맞물려 법원에는 시스템 중단에도 불구하고 보상을 요구할 마땅한 방법이 없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단순 비교해도 법원 시스템의 마비는 카카오톡 이용자와 소상공인, 스타트업 등의 피해에 국한되는 카카오 서비스 중단에 비해 사안의 중대성이 훨씬 크다. 당사자간 합의로 해결되지 않는 치열한 갈등을 해결하는 최후의 수단이 재판이라는 점에서 사법 시스템에서 기한 준수는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자칫 기한을 지키지 못해 돌이킬 수 없는 손해를 입을 가능성도 있다. 고윤기 변호사(로펌고우)는 "각종 판결·결정에 대한 이의신청이나 상소제
# "30대 직장인 투자자입니다. 임장은 주말에, 정보 검색은 퇴근 후에 하고 있습니다. 법원 경매 입찰은 주중 오전에 가야 하는데 남은 연차가 없어서 고민입니다." 최근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 올라온 고민글이다.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비슷한 글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해당 글에는 "저도 직장인이라 대리 입찰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가족에게 부탁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 아닐까요"라는 댓글이 달렸다. 부동산경기가 롤러코스터를 타면서 법원 경매로 눈을 돌리는 이들이 늘면서 법원의 '아날로그 입찰 시스템'에 불만을 터트리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생활필수품부터 신선식품, 가전까지 못 사는 게 없는 세상이지만 법원 경매에는 전자 입찰 시스템이 도입조차 되지 않았다. 법원 경매에 참여하려면 우선 법원 경매 정보 사이트에서 용도·지역별로 마음에 드는 물건을 고른 뒤 경매 당일에 해당 물건이 위치한 곳의 관할 지방 법원을 방문해야 한다. 이를테면 낙찰받고 싶은
계약기간이 지난 임차인에게서 아파트를 돌려받기 위해 소송을 낸 A씨는 지난해 3월 소송진행 상황을 알려주는 대법원의 '나의 사건검색' 서비스에서 '승소'라고 적힌 1심 결과를 확인했다. A씨는 온라인에서 확인한 결과를 믿고 임차인을 상대로 향후 계획을 진행하다 며칠 뒤 사실은 재판에서 패소했다는 정반대의 판결문을 받았다. 법원에서는 판결문 내용이 맞고 온라인에 '승소'라고 적힌 것은 직원의 단순한 입력 실수라고 설명했다. 법원 전산시스템과 판결문에서 승소와 패소가 뒤바뀌어 지옥과 천당을 오간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실수가 되풀이되지만 재발을 막기 위한 방안 마련에는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2021년 7월 수원고법에서 발생한 사건도 유사한 사례다. 당시 수원고법에서는 수억원대의 손해배상 재판 결과를 정반대로 입력해 재판에서 이긴 당사자가 패소했다고 전산에 등록했다. 전산 입력 내용을 반나절만에 바로잡긴 했지만 승소를 확신했던 변호인과 의뢰인은 재판 결과가 수정되는 동안 피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