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기간이 지난 임차인에게서 아파트를 돌려받기 위해 소송을 낸 A씨는 지난해 3월 소송진행 상황을 알려주는 대법원의 '나의 사건검색' 서비스에서 '승소'라고 적힌 1심 결과를 확인했다. A씨는 온라인에서 확인한 결과를 믿고 임차인을 상대로 향후 계획을 진행하다 며칠 뒤 사실은 재판에서 패소했다는 정반대의 판결문을 받았다. 법원에서는 판결문 내용이 맞고 온라인에 '승소'라고 적힌 것은 직원의 단순한 입력 실수라고 설명했다.
법원 전산시스템과 판결문에서 승소와 패소가 뒤바뀌어 지옥과 천당을 오간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실수가 되풀이되지만 재발을 막기 위한 방안 마련에는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2021년 7월 수원고법에서 발생한 사건도 유사한 사례다. 당시 수원고법에서는 수억원대의 손해배상 재판 결과를 정반대로 입력해 재판에서 이긴 당사자가 패소했다고 전산에 등록했다. 전산 입력 내용을 반나절만에 바로잡긴 했지만 승소를 확신했던 변호인과 의뢰인은 재판 결과가 수정되는 동안 피를 말릴 수밖에 없었다.
항소심 법원이 승패가 뒤바뀐 '연습용' 판결문을 당사자에게 송달하는 일도 있었다. 수원지법 민사항소4부는 2009년 6월 어음금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4000만원을 갚으라"며 원고가 일부 승소판결한 원심을 유지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당사자에게 보내진 항소심 판결문은 "채권 소멸시효가 완성됐으니 1심 판결을 취소한다"는 정반대 내용이었다.
당시 주심 판사가 결론을 내리기 어려워 두 개의 초고를 작성했다가 실수로 엉뚱한 판결문을 전산시스템에 등록해 벌어진 일이었다. 이후 이 사건은 상고심까지 올라갔고 대법원 재판부가 "원심 법원이 작성한 판결서 시안 중 하나가 착오로 송달된 것으로 보인다"며 "판결은 법정선고와 동일한 것이 진본"이라고 설명하기까지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태 당시 법원에서 벌어진 일도 유명하다. 2018년 1월 당시 검찰은 국정원의 특수활동비 36억원을 상납받은 혐의로 박 전 대통령을 기소하고 재판부에 재산을 동결해달라는 재산추징보전을 청구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는 같은달 12일 오후 6시15분 법원 홈페이지를 통해 검찰이 신청한 추징보전 청구를 11일자로 인용했다고 등록했다.
하지만 법원은 10분여 뒤 인용결과를 삭제했고 1시간 넘게 지난 오후 7시18분 '12일자로 인용됐다'며 인용결과를 두 차례 번복했다. 이 때도 법원 관계자는 "재판부가 결정문을 작성하고 등록하는 과정에서 실수가 있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법조계 한 인사는 "법원에서는 법원 홈페이지에 공지하는 재판결과가 법적인 효력이 없고 단순 참고자료라고 하지만 법원이 기록관리에 소홀했다는 지적을 피하긴 어렵다"며 "실수라고 해도 반복된다면 되풀이되지 않을 방법을 마련해야 하는데 손을 놓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