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법원을 휩쓴 내·외부 전산 마비 사태가 지난 5일 밤 9시 전자소송 시스템 재개로 일단락됐지만 법조계에서는 비슷한 문제가 다시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현행 시스템이 노후할대로 노후해 내년 상반기 차세대 전자소송시스템이 개통하기까지는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점에서다.
판사와 법원 실무자가 이용하는 현재의 재판사무시스템은 1998년 개발됐다. 2011년부터는 변호사와 소송 당사자가 전자소송시스템을 통해 직접 소송 서류를 제출·조회할 수 있게 됐다. 민사소송 분야에서 전자소송 접수건은 2021년 기준으로 전체 소송 접수건수의 90%를 넘길 정도로 법조계에서 보편화된 상태다.
문제는 법원 전산시스템이 그동안 필요에 따라 제각각 신설, 개선되면서 표준화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사법정책연구원이 지난해 10월 발간한 '민사전자소송 시행 10년' 보고서에 따르면 법원 내·외부인을 상대로 한 사법 업무 시스템을 유지하는 서비스 단위는 118개에 달한다. 서비스 시스템이 일원화되지 않은 채 구동되다 보니 시스템 오류나 장애 발생 빈도가 상대적으로 높다는 지적이다.
전자소송으로 소송절차가 간편해지면서 폭증한 사건수도 법원 시스템 장애를 키우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지난 2일 발생한 법원 전산 장애만 해도 전날 문을 연 부산회생법원·수원회생법원에 사건 전산자료 7억7000여건을 옮기는 작업이 지연되면서 발생했다. 법원행정처는 서울회생법원 개원 당시보다 이전할 자료가 약 3배 늘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 같은 문제를 전면 해소하기 위해 일명 '스마트 법원 4.0'으로 불리는 '차세대 전자소송 시스템 구축 사업'을 2020년부터 진행 중이다. LG CNS 컨소시엄이 시스템 구축을 맡았다. 이 사업은 2020년부터 4개년에 걸쳐 추진되도록 구성됐다.
법원행정처 전산정보관리국 관계자는 "현재 개발 단계를 진행 중"이라며 "통합 테스트와 각급 법원 시범 운영을 거쳐 내년 상반기 새로운 시스템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