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정시설 과밀수용 문제가 수년째 답보 상태다. 1인당 수용 면적이 최소 수용면적에 미치지 못해 인권침해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지만 마땅한 해결책이 안 보인다. 교정시설 확충은 지역 주민 반대에, 가석방 확대는 국민 법 감정에 번번이 부딪힌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1월 법무부장관에게 교정시설 과밀수용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1인당 수용 거실 면적이 인간으로서의 기본 욕구도 해소할 수 없을 정도로 협소하다면 국가 형벌권 행사의 한계를 넘은 비인도적인 처우라는 것이다.
앞서 수도권 구치소와 교도소 등에 수용된 수용자 4명은 과밀 수용으로 기저질환이 악화되고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인권위 조사 결과 실제 이들은 정원을 초과한 수용 공간에서 생활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중에는 1인당 수용 거실 면적이 약 1.40㎡(약 0.4평)인 거실에서 15일쯤 생활한 경우도 있었다. 법무부가 정한 혼거실 최소수용면적은 1인당 2.58㎡다.
교정시설 과밀수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교정시설을 신설, 이전하는 방식으로 공간을 확충하는 방법이 꼽힌다. 하지만 교정시설 입지를 찾기 어렵거나 해당 지역주민의 반대에 부딪히는 등 매번 갈등이 빚어지면서 속도를 내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교정시설을 '혐오시설'로 보는 시민을 설득하기 쉽지 않다.
법무부는 경기 화성시 마도면에 2026년 완공을 목표로 축구장 3배 크기의 여자교도소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여성 전용 교정시설이 전국에 청주여자교도소 한 곳밖에 없어 수용 과밀 문제가 생기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주민들은 이미 외국인보호소와 직업훈련교도소가 있는 마도면에 교도소를 추가로 짓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백지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교정시설 주변에 '마도면은 혐오시설 집합소가 아니다', '마도면 내 교정시설 타운화 결사반대' 등 현수막을 내걸었다.
이에 대해 원혜욱 인하대 법전원 교수는 "법원·검찰청에서 지하로 통하는 인천구치소·서울동부구치소를 지은 것처럼 법조타운을 새로 만들 때 구치소도 함께 지으면 거부감이 덜할 것"이라고 했다.
교정시설 확충이 속도를 내지 못하는 상황에 또 다른 대안으로 가석방 확대가 거론된다. 가석방은 징역형이나 금고형을 받고 수형 중인 사람이 복역 태도가 양호한 경우 임시로 석방하는 제도다. 무기형은 20년, 유기형은 형의 3분의 1이 지난 후 행정처분으로 가석방할 수 있다.
그러나 국내 가석방은 국민 법 감정 등을 이유로 소극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총 출소인원 대비 가석방 인원 비율을 나타낸 가석방 출소율은 2018년 28.5%, 2019년 28%, 2020년 28.7%였다. 일본과 캐나다가 각각 58.3%, 37.4%인 것과 대비된다.
전문가들은 교정시설 과밀화 해소를 위해서는 범죄의 죄질과 재범 위험성 등을 고려해 교정시설에 들어오는 사람 수와 나가는 수를 모두 조절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과밀화 해소 입구 전략으로 교정시설에 들어올 사람만 들어올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며 "범죄의 죄질과 재범 위험성을 판단해 기소유예나 집행유예, 선고유예, 벌금 등으로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마찬가지로 재범 위험성이 낮은 이들을 대상으로 가석방을 할 필요가 있다"며 "다만 이를 위해선 교정 프로그램의 선진화, 교정관 처우 개선, 교정시설 현대화 등이 선행돼야 하고 가석방 후 보호관찰이나 사회안전망 확충 등 대안도 뒷받침돼야 한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가석방 확대시 과밀수용은 완화할 수 있지만 사회 정의를 실현해야 할 사법기관이 스스로 사법 판단을 무력화한다는 인식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칫 범죄자 인권을 더 중요시 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승 연구위원은 "형벌의 가장 중요한 목적 중 하나가 특별예방주의, 즉 개선교화"라며 "응보도 포기할 수 없으니 형기는 살게 하지만 결국 사회구성원으로 돌아올 테니 이때 재범 위험성을 낮출 수 있도록 제대로 교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인권위도 지난해 11월 발간한 '교정시설 수용자의 인권 및 처우 개선방안에 대한 연구'에서 "가석방 제도를 시혜적인 차원으로 접근하기보다는 수형자에 대한 처우로 시행해야 한다"며 "가석방이 수형자의 재사회화를 위한 제도로서 자리잡도록 현행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