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연장이 부담스러운 경영계, 사용자 입장에서는 정년연장보다는 정년에 도달한 근로자를 정년 이후에도 '재고용'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지난 6월 대법원은 정년퇴직자의 재고용 기대권에 대한 입장을 내놓은 두 건의 판례를 내놓았다.
대법원은 △근로계약,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서 정년에 도달한 근로자가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기간제 근로자로 재고용하여야 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둔 경우 △규정에 준하는 관행이 확립된 경우에 근로자가 정년에 도달하더라도 기간제 근로자로 재고용 될 수 있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정년 후 재고용 되리라는 기대권이 인정된다고 했다. 아울러 '그러한 규정에 준하는 정도의 재고용 관행' 이 확립되어 있는지를 판단하기 위한 구체적인 기준을 함께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재고용에 대한 규정이 없더라도 재고용을 실시하게 된 경위 및 그 실시기간, 해당 직종 또는 직무 분야에서 정년에 도달한 근로자 중 재고용된 사람의 비율, 재고용이 거절된 근로자가 있는 경우 그 사유 등의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 사업장에 그에 준하는 정도의 재고용 관행이 확립되어 있다고 인정되는 등 근로계약 당사자 사이에 근로자가 정년에 도달하더라도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기간제 근로자로 재고용될 수 있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는 경우, 근로자에게는 그에 따라 정년 후 재고용되리라는 기대권이 인정될 수 있다는 게 대법원 판단이다.
근로자의 재고용 기대권에 대한 신뢰관계를 인정하기 위한 더 구체적인 내용을 담은 또 다른 판결도 선고됐다. 정년이 지난 상태에서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는 해당 직무에서의 연령에 따른 업무수행 능력 및 작업능률의 저하 정도와 위험성 증대 정도, 해당 사업장에서 정년이 지난 고령자가 근무하는 실태와 계약이 갱신된 사례 등의 사정까지 아울러 참작하여 근로계약 갱신에 관한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는지를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영자 입장에선 위 판례들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사용자는 △회사의 단체협약 및 취업규칙에는 정년 이후 촉탁직 재고용 여부에 대한 사용자의 재량권을 폭넓게 규정하고 △재고용 적격심사의 기준도 추상적으로 제시하거나 사용자 재량에 높은 비중을 두어서 재고용이 당연히 보장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 또한 기간제 근로자의 갱신기대권에 관한 법리를 참고하면 △근로계약서 내지 취업규칙 등에 정년 후 재고용의 의무가 없음을 명시하거나 △오히려 정년퇴직자 재고용에 관한 요건이나 절차에 관한 아무런 규정을 두지 아니하고 오로지 재량적 판단에 따라 재고용 여부를 결정하는 것도 기대권을 형성하지 않기 위한 방법이 될 수 있다.
또한 △규정에 없는 재고용 제도를 시행하는 경우에는 그러한 제도가 사용자의 일시적인 사업적 필요에 의한 취지임을 근로자에게 미리 안내하거나 △불필요한 시기에는 재고용 제도를 잠정적으로 시행하지 않는 등의 조치를 취하여야 하고 △산술적, 통계적으로 재고용 근로자의 수를 관리함으로써 사업장에 정년 이후 근로자에 대한 재고용 관행이 존재하는 것으로 오인되지 않도록 유의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