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아니죠?" 확인도 했는데…이틀 만에 800만원 털어간 이 수법

김미루 기자, 박수현 기자
2024.02.06 05:00
지난해 12월21일 사기 피해자 A씨(24)가 '김혜경'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을 소개한 담당자에게 받은 카카오톡 메시지. /사진=독자제공

# A씨(24)는 지난해 말 직장을 다니면서 재취업을 준비하기로 했다. 낮에는 일, 저녁에는 자격증 시험 대비 학원에 다녔다. 벌이는 그대로인데 학원비가 빠듯했다. 지난해 12월21일 포털 사이트에서 '초보자도, 편한 시간대에, 휴대폰·PC로, 재택 가능하다'는 업무의 구인 공고를 보고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다.

'김혜경'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을 소개한 담당자가 1분도 안 돼 답장을 줬다. '김혜경'은 "저희는 해외수출 쇼핑몰 업체"라며 "(저는) 업무 배정 담당자"라고 했다. 업무는 간단했다. 해외 무역회사에서 상품을 발주하면 이를 A씨 같은 아르바이트생에게 배정한다. 아르바이트생은 주소, 상품명, 수량 등을 기재해 주문서를 작성한다.

이 담당자는 "이해하기 쉽게 얼마 전에 올라온 주문 건을 보여드리겠다"며 주문서를 보내줬다. 10만원 상당 메이크업 스펀지 발주였다. 가격 10만원에 수익률은 10%로, 주문서만 작성하면 A씨가 1만원을 벌어갈 수 있다고 했다.

A씨도 사기를 의심했다. "불법 이런 건 아니죠? 요즘 하도 불법 사기가 많아서요"라고 물었다. 김혜경은 쇼핑몰 링크를 보냈다. 사이트에 적힌 사업자등록번호가 확인돼 A씨는 의심을 거뒀다고 한다. 현재 해당 사이트는 폐쇄된 상태다.

사기 행각은 수익금 수령 과정에서 드러났다. 일당이 보내준 '환전센터' 링크를 이용했지만 출금이 되지 않았다. 고객센터에 문의하니 기존 입금 내역이 있어야 한다며 입금을 요구했다. 입금 후에는 계좌 출금이 잠겼다며 추가 입금을 다시 요구했다.

사기 피해자 A씨(24)가 '환전센터' 고객센터 담당자를 가장한 범인과 나눈 상담 내용. 담당자가 구체적인 금액 입금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독자 제공

A씨는 단 이틀 만에 800만원가량을 잃었다. A씨에 따르면 첫날 30만원을 입금하고 당일 79만8477원, 12만원을 더 보냈다. 출금 내역을 보면 다음 날에는 200만원, 7만6953원, 437만9761원을 차례로 보낸 것으로 파악됐다. 대출받거나 지인에게 빌린 돈이었다.

일당은 계좌가 연동된 다른 아르바이트생까지 피해를 보고 있다고 했다. 사기 피해자인 A씨는 되레 범인에게 "1분만 기다려주세요"라거나 "돈 빌렸다. 너무 늦어서 죄송하다"고 말해야 했다.

경기 안성경찰서는 수출 쇼핑몰 업체를 가장해 피해자들에게 총 8000만원가량을 빼앗은 일당에 대한 신고를 접수해 수사 중이라고 5일 밝혔다. 해당 경찰서로 모인 피해 건만 8건으로, 피해자는 남녀 불문 20대부터 40대까지 다양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처럼 직접 구직에 나섰다가 사기당한 피해자도 있고 구직 사이트에 이력서를 올렸다가 범행 대상으로 낙점된 피해자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언제 어디서든 손쉽게 일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워 전업주부나 취업준비생 등 구직자를 유인한다.

경찰 관계자는 "책임이 있는 일당은 현재 불상이다"라며 "차명 계좌주에 대한 조사는 진행한 상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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