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진실을 말하기 쉬운 나라

한지연 기자
2025.02.18 05:26

"진실을 얘기하는 것이 이렇게 힘이 든다."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이 지난 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증인으로 헌법재판소에 출석한 후 돌아가기 전 기자들과 만나 한 말이다. 홍 전 차장의 증언은 윤 대통령 탄핵심판 최고 쟁점 중 하나다. 홍 전 차장은 윤 대통령이 정치인 체포를 지시했다고 하지만, 그의 상사인 조태용 국정원장은 홍 전 차장의 진술이 허위라고 주장한다. 진실게임이 치열해지며 맥락과 관계없이 메신저의 과거 비위를 공격하는 모습까지 보인다.

현직 대통령이 처음으로 출석한 이번 탄핵심판에는 14명의 증인이 나섰지만 진실 공방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국회·선거관리위원회 장악 의도와 정치인 체포 지시 여부 등 논점은 명쾌한데 어느 하나 말 하기 쉬워 보이는 이는 없다.

지난해 12월3일 비상계엄 선포 당시 국회로 병력을 출동시킨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과 조성현 수도방위사령부 제1경비단장의 말도 엇갈린다. 조 단장은 상관인 이 전 사령관으로부터 "국회 본청으로 들어가 의원들을 끌어내란 지시를 받았다"고 말했지만, 정작 이 전 사령관은 "그런 지시를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탄핵심판이 진행중인 만큼 누구의 말이 진실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한날 한시 같은 장소에 있었던 사람들끼리도 주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것을 보고 있자면 진실이 이토록 어렵다는 사실에 새삼 놀라게 된다. 발언이 엇갈리는 만큼 누구는 진실을, 누구는 거짓을 말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거짓을 말하는 이유는 상사에 대한 충성심 또는 내려놓기 힘든 사회적 지위 등 개인마다 다양할 것이다.

진실(眞實)의 참된 열매를 수확하는 과정이 아픈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진실은 아픈 법이란 말이 생겼을 것이다. 진실을 말하는 것에 용기를 내야 하는 사회는 성숙하다고 할 수 없다.

지난해 12월14일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로 시작된 헌재의 심리가 막바지로 접어들었다. 연말연초 변론준비기일을 거쳐 8차 변론기일까지 진행됐다. 두차례의 변론기일이 더 남았지만 다음달엔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여느 재판처럼 이번 탄핵심판이 진실을 말하기 쉽고 당연한 사회로 한발짝 다가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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