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보낸 서류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피고인이 불출석한 상태로 재판이 진행, 유죄 판결까지 내려진 경우 피고인이 고의로 재판을 회피한 사정 등이 없다면 다시 재판을 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박영재 대법관)는 사기·사문서위조·위조사문서행사·사기미수 혐의 등으로 기소된 A씨에 징역 1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인천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4일 밝혔다.
A씨는 2021년 보이스피싱 조직원의 제안을 받고 현금 수거책 역할을 담당하기로 공모한 뒤 피해자로부터 현금 수천만원을 수거해 전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런데 재판 진행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다. A씨에게 공소장 부본과 소환장 등이 제대로 송달되지 않은 것이다. 이에 1심 법원은 공시송달 방법으로 공소장 부본 등을 송달했다. 이는 재판 당사자 소재를 알 수 없는 때 법원 홈페이지 등에 일정 기간 게시하면 소송서류가 전달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다.
1심은 A씨가 재판에 불출석한 상태에서 심리를 진행하고 "피해자에 대한 피해 회복이 쉽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비록 하위 조직원으로 가담한 경우에도 엄한 처벌이 필요하다"며 징역 1년을 선고했다.
검찰은 "A씨의 형이 너무 가볍다"며 항소했고 2심 법원도 공시송달 방법으로 A씨에게 서류를 송달했다. 이후 2심은 A씨가 불출석한 상태로 심리를 진행한 후 항소를 기각했다.
2심 판결이 난 후 뒤늦게 선고 사실을 알게 된 A씨는 지난해 10월8일 상소권회복 청구를 했다. 법원은 "A씨가 상고기간 내에 상고하지 못한 것은 책임을 질 수 없는 사유로 인한 것"이라고 인정하며 같은 달 28일 상소권회복 결정을 내렸다.
대법원은 "1심·2심 판결은 A씨가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불출석한 상태에서 이루어진 것으로서 원심판결에는 이 사건 재심 규정을 유추 적용한 재심청구의 사유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