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관광객의 쇼핑 행선지가 달라졌다. 한때 '쇼핑 성지'로 불리던 서울시내 면세점은 한산한 반면, 명동의 로드샵(길거리 직영점)에는 이른 아침부터 화장품과 의류를 사려는 외국인 관광객들로 붐볐다.
6일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외국인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은 쇼핑 장소는 로드샵(길거리 직영점)으로, 전체의 48%를 차지했다. 반면 외국인 쇼핑의 중심지였던 면세점의 방문 비율은 27.4%에 그쳤다. 관광객들은 주로 △향수·화장품 (69.8%) △의류 52.1% 등을 구매했다.
실제로 이날 오전 서울 중구 명동의 올리브영 매장에서 선크림 등 화장품을 구매한 스웨덴 출신 이사벨라(24)씨는 "가격이 저렴하고 품질도 좋은데 1만5000원 이상 구매하면 면세 혜택까지 받는다. 면세점을 찾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여행 전 SNS(소셜미디어)를 통해 구매할 유명 한국 화장품을 미리 정해뒀다고 말했다.
파운데이션과 립스틱을 산 일본인 여성 유나(21)씨도 "면세점에서 면세 혜택을 받고 명품 립스틱을 구매하는 것보단 이곳에서 구하는 게 더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오전 11시에 문을 연 무신사 스탠더드 명동점에도 외국인 관광객들이 몰렸다. 호주에서 온 30대 여성 A씨는 "환율이 오르면서 면세점의 매력이 줄어 찾을 이유가 없다. 더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이곳이 훨씬 낫다"라고 말했다.
비슷한 시각 면세점은 손님이 없이 한산했다. 서울 중구 신세계면세점 화장품 판매대에서 수년째 근무 중인 30대 여성 권모씨는 "면세점을 찾는 외국인이 많이 줄었다. 전성기에 비해 손님 수가 약 80%는 줄어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의류 매장도 상황은 비슷했다. 서울 중구 롯데면세점 의류 판매대는 개점 이후에도 한산했다. 한 중국인 관광객은 휴대폰으로 로드샵과 면세점의 가격을 비교하더니, 망설임 없이 면세점을 떠났다.
외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줄면서 면세점은 매출에 큰 타격을 입었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1월 시내면세점의 외국인 매출액은 4억320만 달러(약 5800억원)로, 전년 같은 달 대비 57% 이상 감소했다. 반면 올리브영, 무신사 등 화장품·의류 로드샵은 성장세를 이어갔다. 업계에 따르면 올리브영과 무신사의 매출액은 각각 4조7000억, 1조원을 넘어서며 2022년 대비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트렌드 변화에 둔감한 면세점보다 디자인이 세련되고 가격도 저렴한 로드샵을 둘러보는 게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더 매력적인 선택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경제 불황으로 외국인 관광객들이 합리적인 소비를 중시하는 경향이 강해진 만큼, 면세점의 침체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