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특수강간 미수라도 피해자 다치면 특수강간치상죄로 가중처벌"

이혜수 기자
2025.03.20 17:36

(종합)

조희대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열린 강간치상 미수 논란 여부에 대한 전원합의체 선고를 위해 자리에 앉아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날 결과적 가중범인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강간등치상) 죄에서 기본 범죄가 미수에 그쳤으나 중한 결과가 발생한 경우 미수범을 인정할 수 있는지의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공개 변론을 연다. 2025.3.20/사진=뉴스1

흉기를 이용하거나 2명 이상이 성폭행하는 특수강간을 저지르려다 미수에 그쳤더라도 피해자가 부상을 당했다면 특수강간치상죄를 적용할 수 있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단이 나왔다. 실제 성폭행이 이뤄지지 않았더라도 피해자가 다쳤다면 더 무겁게 처벌해야 한다는 기존 법리를 재확인한 것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대법관 권영준)는 20일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강간 등 치상)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와 B씨에 대한 선고기일을 열고 특수강간 미수에 그쳤더라도 특수강간치상죄 성립이 가능하다는 원심 판결을 대법관 12명 중 10명의 다수의견으로 확정했다.

특수강간치상죄는 특수강간 과정에서 피해자가 상해를 입었을 때 적용되는 '결과적 가중범'이다. 결과적 가중범은 기본범죄에 예상하지 못한 중한 결과가 발생했을 때 가중처벌하는 범죄 유형을 뜻한다. 특수강간치상죄에 관해서는 특수강간이 기본범죄이고 피해자가 입은 상해가 중한 결과가 된다. 특수강간은 흉기나 위험한 물건을 사용하거나, 2명 이상이 합동해 성폭행을 한 경우 적용된다.

이 사건은 A씨와 B씨가 2020년 3월 술자리에서 만난 피해자의 동석자가 먼저 귀가하자 함께 성폭행을 하려 하면서 불거졌다. A씨 등은 편의점에서 숙취해소제를 구매한 후 소지하고 있던 향정신성의약품인 졸피뎀을 넣어 피해자에게 마시게 한 뒤 성폭행하려 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피해자의 남편과 동석자가 피해자에게 통화를 지속적으로 시도하는 바람에 A씨 등의 범죄는 미수에 그쳤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는 졸피뎀으로 인해 일시적 수면 또는 의식불명 상태에 이르는 상해를 입었다.

1심은 특수강간치상죄 등을 인정해 A씨에게 징역 6년, B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 2심도 같은 취지의 판단을 내렸다. 다만 범행을 인정하고 있고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점을 고려해 A씨에게 징역 5년, B씨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다.

이에 A씨 등은 "특수강간이 미수에 그쳤으므로 미수범 처벌규정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상고했다. 강간죄가 미수에 그쳤기 때문에 강간치상죄도 미수로 보고 형을 감경해야 한다는 논리였다.

사건을 접수한 대법원은 기본범죄가 미수에 그쳤으나 중한 결과가 발생한 경우 이를 인정해야 하는지 여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보고 사건을 전원합의체로 회부했지만 A씨 등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는 결론을 내렸다.

대법원은 "결과적 가중범을 가중처벌하는 이유는 기본 범죄에 내재된 위험이 현실화했다는 점 때문"이라며 "기본 범죄 실행에 착수한 사람이 실제 행위를 완료하지 않았더라도 이로 인해 형이 무거워지는 요인이 되는 결과가 생겼다면 이를 실제 행위를 한 사람과 같이 처벌하는 것이 책임 원칙에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특수강간이 미수에 그쳤다고 기존 특수강간치상죄보다 형을 덜어준다면 형법상 강간치상죄 처단형과 하한이 동일해지고 상한은 오히려 낮아져 형 역전 현상이 발생한다"고 밝혔다. 더 중하게 처벌하자고 만든 법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할 가능성이 생기니 입법 취지 등을 고려해 그 가능성이 실현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번 결과적 가중범의 미수범 관련 논쟁은 학계에서도 꾸준히 논란이 돼 왔던 것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전원합의체 판결에 대해 "결과적 가중범인 특수강간치상죄의 미수범 성립을 부정하는 판례 법리는 여전히 타당함을 확인한 것"이라며 "별도의 입법 없이 현행법 해석론만으로는 특수강간치상죄의 미수범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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