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이 미화되는 것에 강력하게 반대한다"
성폭력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던 장제원 전 국민의힘 의원(58)이 숨진 가운데 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5년 전 박원순 전 서울시장 사망 당시 작성했던 글을 공유했다.
나종호 미국 예일대 의과대학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1일 SNS(소셜미디어)에 2020년 7월 '그녀들에게도 공감해주세요. 고(故) 박원순 시장 죽음 앞에서'라는 제목으로 카카오 브런치스토리에 작성했던 글 일부를 인용해 올렸다.
그는 "자살을 명예롭게 생각하는 사회 분위기는 자살률을 높이는 요인 중 하나"라며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들은 자살을 유일한 탈출구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을 위해서라도 자살이 명예로운 죽음으로 포장되고, 모든 것의 면죄부인 것처럼 여겨지는 분위기는 지양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정신과 의사로서 박 시장 자살과 우리 사회가 그의 죽음을 기리는 방식이 고인을 고소한 피해 여성과 비슷한 경험을 가졌을 (남녀 불문) 성폭행, 성추행 피해자들에게 미칠 영향을 걱정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트라우마는 빈번하다. 트라우마 희생자의 절대다수는 여성, 특히 젊은 여성"이라며 "트라우마를 경험했던 환자들은 비슷한 경험을 접하는 경우 트라우마를 재경험하고 극심한 스트레스를 느낀다. 심한 경우 자살 시도까지 한다"고 우려했다.
나 교수는 "부탁드린다. 박 시장이 느꼈을 인간적 고뇌와 고통에 공감하는 마음으로 피해 여성 마음도 헤아려달라"며 "한 소시민이 서울시장이라는 거대 권력을 고소하는 데 얼마나 큰 용기가 필요했을지, 얼마나 많은 밤을 잠 못 이뤘을지, 고소장이 접수되자마자 피고인이 자살로 생을 마감했을 때 느꼈을 충격이 얼마나 클지를"이라고 당부했다.
이어 "우리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묻어버리고자 했을 때 그의 죽음을 기리는 방식이 피해자들에게 주는 메시지를 고려해달라"며 "정신과 의사로서 진심으로 피해 여성의 안위를 걱정한다"고 덧붙였다.
고(故) 장 전 의원은 지난달 31일 오후 11시40분쯤 서울 강동구 한 오피스텔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현장에서는 유서가 발견됐다. 경찰은 "타살 혐의점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장 전 의원은 부산 한 대학 부총장으로 재직 중이던 2015년 11월 자신의 비서 A씨를 성폭행한 혐의(준강간치상)로 고소당해 경찰 수사를 받고 있었다.
A씨 측은 사건 당시 호텔에서 촬영한 영상과 DNA 채취 결과 등을 지난달 31일 경찰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A씨 측은 1일 오전 10시 기자회견을 열고 고소 경위 등을 설명할 계획이었으나 장 전 의원이 사망하면서 취소했다.
장 전 의원은 혐의를 전면 부인해왔다. 경찰은 지난달 28일 장 전 의원을 불러 첫 조사를 진행했다. 당사자 사망으로 경찰 수사는 '공소권 없음'으로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은 2020년 7월 비서실 직원이던 B씨를 성추행한 혐의로 고소당했다. 당시 그는 본격적인 경찰 수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사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처리됐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 또는 SNS(소셜미디어) 상담 '마들랜'(마음을 들어주는 랜선친구)에서 24시간 전문가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