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10명 중 9명이 자살이 우리나라의 심각한 사회 문제라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정부의 자살예방정책은 부정적으로 평가한 국민이 다수였다. 장기간 치솟은 자살률을 낮추기 위해 적극적인 대응책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도 확인됐다.
17일 머니투데이가 오픈서베이의 리서치·경험분석 플랫폼 데이터스페이스를 통해 지난 12일 진행한 '자살 문제 인식 여론조사'(20세 이상 60대 미만 1013명, 표본오차: 80% 신뢰수준, ±2%포인트)에 따르면 응답자 1013명 중 92.8%가 '자살은 우리나라의 심각한 사회 문제'라는 점에 동의했다. 매우 동의 62.1%, 동의 30.7%로 집계됐다.
자살예방기본계획에 근거한 현행 자살예방정책은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현행 자살예방정책이 자살 문제 해결에 효과적이다'라는 문항에 50.6%가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정부가 자살 문제에 적절하게 대응하고 있다'라는 문항에 부정적으로 답한 응답은 47.1%였다.
자살예방 캠페인은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65.4%가 최근 6개월 내 접한 자살예방 캠페인이 없다고 답했다. 캠페인을 접했지만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는 응답은 27.4%였다. '있다'라도 답한 비율은 7.2%에 불과했다.
정부는 자살의 심각성은 인지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이후 첫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높은 자살률 문제를 화두로 꺼냈다. 최근 서울 중구자살예방센터를 방문한 정은경 복지부 장관은 자살을 '조용한 재난'으로 표현하며 "고립의 사회에서 연결의 사회로 나아갈 수 있도록 현장의 신속한 위기 대응 능력과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적극성을 갖춘 자살예방정책으로 전환을 요구하는 여론도 확인됐다.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 필요성에 80.8%가 동의했고, 자살예방정책을 총괄 및 실행하는 정부 내 전담기구 필요성에는 63.2%가 긍정적으로 답했다. 예산 및 인력 대폭 확충과 응급입원 등 강제 조치 확대 문항에는 각각 60.8%, 56.8%가 동의했다.
정부가 자살 문제에 더 깊게 개입하려면 자살 언급조차 꺼리는 사회 분위기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전홍진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해외에 비해 우리나라에선 (자살 문제에) 쉬쉬하고, 사회적으로 문제 해결에 참여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며 "자신 주변에 자살 문제가 발생하면 드러내지 않으려는 경향이 강하다"고 말했다.
자살 시도자나 고위험군에 다각적 지원을 하려면 인적 사항, 상담 내용 등 개인정보를 자살예방 기관들이 공유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 자살 관련 데이터를 연구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길도 열려야 한다. 이를 위해선 개인정보 유출을 철저히 차단할 수 있는 시스템부터 구축해야 한다. 이번 조사에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철저한 정보 관리 책임을 요구하는 여론이 확인됐다. '정보 유출이 되지 않도록 데이터 익명화 등 적극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문항에 응답자의 86.6%가 동의했다.
양용준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정책이사는 "우울증을 앓거나 자살을 시도했다는 등 정보가 노출됐을 때 사회적 불이익을 받지 않겠느냐는 불안을 크게 느낀다"며 "특히 자살의 경우 시도한 사실이 알려지는 점을 끔찍이 두려워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