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전기요금 인상, 비용배분 고민하자

이웅혁 에너지안보환경협회 회장
2025.09.05 05:27

연일 이어지는 폭염에 가정과 기업은 전기요금 폭탄을 체감한다. 냉방 수요가 급증하며 전력 사용량은 연일 기록을 경신하고 고지서에는 인상된 전기요금이 찍힌다. 이번 여름의 부담은 단순 계절적 현상이 아니다. 누적된 구조적 문제의 신호다. 한국전력은 부채가 200조원이 넘고, 송전망 확충마저 지연되며 계통 한계가 심화하고 있다. 전기요금 인상이 피할 수 없는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드는 요인은 에너지 안보의 취약성에도 있다. 석탄·LNG(액화천연가스)·우라늄 등 발전 연료 대부분을 해외에 의존하는 한국은 국제 시장 변동이나 지정학적 여파에 쉽게 흔들린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직후 LNG 가격 폭등으로 한국전력이 약 수십조원의 손실을 본 것은 단적인 사례다. 요금을 제때 현실화하지 못하면 연료비 급등분을 한국전력이 떠안게 되고 이는 재정 악화로 이어져 설비 투자와 계통 보강이 위축된다. 특히 이런 악순환이 반복될 경우 국제 가격 충격을 흡수할 완충 기능마저 사라져 국가 에너지 안보의 기반이 흔들리게 된다.

탄소중립 전환의 이행비용도 감당해야 한다. 한국은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40% 온실가스 감축, 2050년까지 탄소중립 달성을 국제사회에 약속했다. 그러나 재생에너지 발전 단가는 여전히 높다. 한국전력의 평균 전력 구매 단가는 kWh(킬로와트시)당 134.8원이지만 태양광은 200원대, 해상풍력은 400원대에 이른다. 반면 원전은 66.4원에 불과하다. 탄소중립은 반드시 가야 할 길이지만 그 대가는 전기요금 인상이라는 형태로 돌아올 수밖에 없는 구조다.

문제는 요금 인상 방식이다. 무차별적 인상은 국민의 반발을 키우고 사회적 수용성을 약화한다. 불가피한 인상일수록 공정한 비용 배분 장치가 필요하다.

전기요금 지역별 차등제가 주목된다. 지역별 계통 이용 비용과 전력 공급 구조의 차이를 반영해 요금 인상폭을 달리하는 제도다. 계통 부담이 큰 지역은 더 내고 부담이 적은 지역은 덜 내도록 해 전력망 병목을 완화하고 분산형 전원의 확산을 유도할 수 있다. 데이터센터와 같은 전력 다소비 시설이 수도권 등 특정 지역에 몰리며 발생하는 막대한 계통 비용도 차등제를 통해 합리적으로 배분할 수 있다. '공정하다'는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

앞으로의 해법은 분명하다. 첫째, 전기요금 현실화를 통해 한국전력 재정을 회복하고 에너지 전환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 둘째, 원자력을 낮은 발전 단가와 탄소 배출 최소화라는 장점을 지닌 현실적 에너지 믹스의 핵심 축으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 셋째, 지역별 차등제를 포함한 정교한 요금 설계를 통해 인상의 불가피성을 국민이 공정하게 수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싸고 안정적인 전기는 공짜가 아니다. 전기요금 현실화 없이는 한국전력의 재정도, 재생에너지 전환도, 국가 에너지 안보도 지켜낼 수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솔직한 정부의 설명, 공정한 제도 설계, 사회적 합의다.

이웅혁 에너지안보환경협회 회장. /사진제공=에너지안보환경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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