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에게 정신적인 문제가 있어 진술을 신뢰할 수 없습니다."
2023년 9월5일 대전고법 형사3부 심리로 열린 2심 재판에서 친딸을 강제 추행해 결국 죽음으로 내몬 50대가 이같이 말하며 혐의를 부인했다. 그는 1심에서부터 한결같이 무죄를 주장해왔다. 하지만 대법원까지 간 끝에 최종 징역 5년이 확정됐다.
A씨는 딸인 B씨가 어렸을 때 가정폭력 등으로 이혼했다. 이후 10여년 지난 2022년 1월 A씨는 당시 21살이던 B씨에게 "대학생도 됐으니 밥 먹자"며 연락했다.
B씨는 A씨 전화를 거부하다 마지못해 만났던 것으로 알려졌다. 식사를 마친 뒤 A씨는 자신이 사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며 B씨를 집으로 데려갔고 이후 돌변해 범행했다.
당시 A씨는 신체 접촉을 거부하는 B씨를 때리며 속옷을 벗고 성폭행까지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범행 직후 B씨는 "아버지인 A씨가 성폭행을 시도했다"고 주장하며 당시 정황이 담긴 녹음파일을 가족과 수사기관에 전달했다.
이 녹취에는 "아빠는 다 허용돼"라고 말하며 범행하려는 A씨 목소리와 "아빠, 아빠 딸이잖아, 아빠 딸이니까"라고 애원하는 B씨 대화가 담겨 있었다.
B씨는 신고에도 10개월가량 수사가 진전이 없자 "아버지에게 성폭력을 당했다"는 메시지를 남기고 세상을 등졌다.
이런 가운데 A씨는 녹취 등 구체적 정황에도 범행을 완강히 부인했다. 그 결과 친족관계에 의한 강간 혐의가 아닌 강제추행 혐의만 적용돼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에서 A씨는 딸을 폭행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추행 혐의는 부인했다. 그러면서 딸이 자신에게 반감을 품고 거짓말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까지 펼쳤다. 하지만 그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폭력 전과는 많지만 성범죄 전력이 없고 술에 취해 우발적 범행인 점은 유리한 정상이지만 폭행과 추행 정도가 가볍지 않다"며 "피해자가 극단 선택을 하는 과정에서 사건도 적지 않게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하며 징역 5년을 선고했다.
A씨는 판결 선고 뒤 법정을 나가면서 "내가 왜 유죄냐? 말도 안 된다"라고 소리를 지르며 소란을 피우기도 했다.
재판을 지켜본 B씨 어머니는 "형량이 너무 적다"며 한참 흐느껴 울었다. 함께 재판을 방청한 여성단체 등 회원들도 "검찰이 구형한 징역 10년의 절반에 불과한 크게 낮은 형량"이라며 반발했다.
1심 판결에 검찰과 A씨는 각각 양형 부당, 사실오인과 법리 오해·양형 부당을 이유로 항소했다.
A씨는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주장했다. 그는 "딸 진술이 일관되지 않으며 피해망상 등 정신 병력도 있다"며 "나와 다투다 허위로 진술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또 당시 술에 만취해 심신미약·심신상실 상태였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2심 재판을 지켜본 B씨 모친은 "딸이 아버지 전화를 계속 수신 거부하다 어쩔 수 없이 만났는데 피고인은 먼저 전화를 걸어 꼬셨다고 얘기하고 있다"며 "사건 당시와 관계없는 4∼5년 전 정신적인 문제를 거론하며 2차 가해를 하고 있어 억장이 무너진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2심에서도 결과는 같았다. 재판부는 "피해 사실을 뒷받침하는 다른 증거들과 B씨가 경찰 수사 과정에서부터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사정을 자세히 진술하고 이를 바탕으로 A씨 조사가 이뤄진 점 등을 살펴보면 A씨가 강제 추행한 점이 인정된다"고 했다. 심신미약 주장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A씨는 2심 재판부를 향해 "오심"이라며 반발한 뒤 상고했고, 2024년 1월 대법원은 상고 내용에 항소심을 뒤집을 만한 사항이 없다고 보고 변론 없이 징역 5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