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고(故) 전유성이 자신의 임종을 지키러 온 개그우먼 김신영에게 '기름값'을 준 것으로 전해졌다. 고인과 김신영은 예원예술대에서 사제지간으로 만나 20년 넘게 인연을 이어왔다.
김신영은 28일 오전 서울 송파구 풍납동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된 고인의 영결식에서 이 같은 사연을 전했다.
김신영은 "내 어른 전유성 교수님께, 아직도 실감 나지 않는다. 며칠 전까지 병원에서 교수님과 이야기도 나누고, 사진도 찍고, 발도 주무르고, 휴대전화 게임을 하시던 모습이 선한데 이젠 마지막 인사를 전하게 됐다"고 울먹였다.
그는 "병원에서 저에게 하신 '나이 차이 많이 나는 친구, 즐거웠다. 고맙다'는 말씀이 제 마음을 울렸다. 제자를 넘어 친구로 불러주셨고, 그 따뜻한 마음을 평생 간직하겠다"고 했다.
이어 "제가 가장 힘들 때 '한물 두물 세물 가면 보물 된다. 두물이 돼라'고 해주셨다. 어느 누구보다 제 코미디를 가장 먼저 인정해주신 분, 모든 분이 허무맹랑하다고 할 때 제 아이디어를 밤새 즐거워해주신 분, 저를 사람으로 만들어주신 분, 어린 제자라도 존중해주신 분, 그분이 바로 교수님"이라고 애도했다.
고인은 임종 전 사경을 헤매면서도 주변을 살뜰히 챙겼다고 한다. 김신영은 "마지막 수요일(임종 전날)에도 간호사에게 팁을 주라고 하시면서 '힘든 상황에서도 기쁜 날을 만들 수 있다', '팁은 아낌없이 줘야 한다'고 하셨다"고 했다.
그는 자신 역시 주유비 10만원을 받았다며 "제자들 챙기는 마음 끝까지 간직하겠다. 너무 사무치게 그립고 보고 싶다. 제 다음생에도 교수님으로 나타나달라"고 인사했다.
그러면서 "마지막 순간까지 남을 배려하고 웃게해 주신 교수님의 모습 절대 잊지 않겠다. 병원에 계시면서 자꾸 서울 가서 일하라고, 힘들게 하는 것 같다고 하셨는데 교수님, 저에게는 병원에서 보낸 4일이 40년 중 가장 진실되고 진심이었다"고 눈물을 쏟았다.
고인은 한국 코미디 초석을 다진 주역으로 평가받는다. 서라벌예고와 서라벌예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한 그는 1970년대 방송계에 발을 들였으며, KBS '개그콘서트' 출범과 정착에 기여하는 등 '한국형 공개코미디'를 만드는 데 일조했다.
신인 연예인 발굴에도 힘썼다. 방송인 주병진, 가수 이문세, 김현식, 개그우먼 팽현숙, 배우 한채영 등을 데뷔시켰으며, 예원예술대 코미디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조세호, 김신영을 제자로 키워냈다.
그는 최근 폐기흉으로 병원에 입원했지만, 25일 병세가 악화해 별세했다. 향년 76세. 장례식은 유언에 따라 희극인장으로 치러졌으며, 28일 영결식을 치렀다. 장지는 생전 거주했던 전북 남원 인월면에 마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