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쿵, 와르르'
2005년 10월6일 경기도 이천 마장면에 건설 중이던 물류센터가 굉음과 함께 한순간에 무너져 내렸다. 흙먼지가 사방에 뒤섞이면서 현장은 삽시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이 사고로 밑에서 작업하던 인부들이 콘크리트에 깔려 9명이 사망하고 5명이 다쳤다.
지하 1층, 지상 3층으로 규모의 물류센터는 완공까지 두 달을 앞두고 막바지 작업이 한창이었다. 그런데 당일 오전 11시 20분쯤 크레인으로 콘크리트 자재를 3층으로 올리는 순간 굉음이 울렸다. 3층 구조물이 자재 무게를 버티지 못했고 연쇄적으로 1층까지 순식간에 무너진 것이다.
벼락같이 벌어진 일에 현장에서 작업 중이던 인부들은 건물 잔해와 함께 추락했다. 현장에는 119구조대와 경찰 등 110여 명이 투입돼 구조작업에 나섰다.
구조자들은 전기드릴 등 장비를 총동원해 작업을 했지만 무겁고 큰 콘크리트 잔해들 때문에 난항을 거듭했다. 사고 발생 12시간 만에야 잔해 속에서 9명의 사망자를 발견했다. 2층에서 작업하던 3명 외에 6명이 추가로 매몰돼 있었다. 사망자 중에는 형제도 있었다.
사고 조사 결과 2층 천장을 떠받치던 상판이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진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공사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적용된 '3층 1절 PC(Pre-cast Concrete)기둥 공법'이 문제로 지적됐다. 3개 층 분량 기둥을 하나의 절(unit)로 미리 제작해 현장에서 한 번에 조립하는 방식이다. 기존에 주로 쓰는 '2층 1절' 방식보다 속도가 빠르다는 장점이 있는 건축 기법이다.
문제는 '안정성이 검증되지 않은 상태'로 이 건물에 처음 시도됐다는 점이다. 대한건축학회는 PC공법 가운데 '3층 1절' 공사방식을 직접적 원인으로 지목했다.
건축학회 관계자는 "국내 처음 도입되는 공법에 대한 구조적 안전성 검증 없이 적용한 것이 붕괴 사고의 주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사고 원인을 두고 원청-하청 건설사 간 법정 다툼이 벌어졌다. 원청 업체는 하청 건설사의 '공법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하청 건설사는 원청의 공사 기간 단축 요구가 원인이라고 맞섰다.
손해배상 규모는 40억원대. 두 회사 다툼으로 정확한 사고 원인이 드러나지 않았고 현장 관계자들 재판도 계속 미뤄졌다.
결국 사고 3년 뒤인 2008년에서야 현장 관계자들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등 판결이 내려졌다. 9명이 목숨을 잃었으나 실형을 산 책임자는 없었다.
안전 관리에 소홀한 원청은 700만원, 하청은 500만원의 벌금을 받았다. 40억원대 민사소송은 2010년에야 법원 강제 조정으로 마무리됐다. 원청이 소송을 취하하는 대신, 하청에서 받아야 할 돈 20억원을 받지 않기로 하면서 끝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