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캄보디아 사람이나 교민들은 보이스피싱 조직이 있는지도 모르고 살고 있었어요."
김대윤 재캄보디아 한인회 부회장은 머니투데이와의 통화에서 한숨을 내쉬었다. 김 부회장은 "일부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 때문에 캄보디아와 재캄보디아 한인 전체를 낙인찍는 건 잘못됐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최근 캄보디아에서 중국인 범죄조직에 의해 한국인이 고문당해 숨지는 사건이 발생하며 온라인에서 캄보디아와 중국을 향한 혐오 표현이 확산하고 있다. 캄보디아 현지 교민들은 국가 전체를 향한 적대감에 당혹감을 느낀다는 입장이다.
엑스(X·옛 트위터) 등 주요 소셜미디어에선 '캄보디아는 범죄 국가', '중국인은 무시무시한 족속' 등 혐오성 표현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우리나라에서도 납치가 증가할 것이란 근거 없는 괴담도 퍼졌다. 수백명이 참여 중인 극우 성향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선 '동남아에 식민지 만들자', '중공인 처단하자' 등 과격 발언이 오갔다.
정명규 재캄보디아 한인회장은 "현지에서 체감하는 캄보디아의 모습은 언론에 비춰지는 것만큼 심각하지 않다. 교민들이 일상을 영위하는 장소들은 안전하다"며 "오히려 캄보디아가 범죄 국가라는 이미지가 확산하면서 한인 자영업자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에 거주하는 캄보디아인들도 어려움을 겪는다. 한국에서 대학원을 졸업하고 회사에 재직 중인 A씨(28)는 "캄보디아인 전체를 나쁜 사람으로 보는 것 같아 속상하다"며 "한국에서 일하는 캄보디아 친구들이 직장에서 '너희 나라 왜 그러냐'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고 한다"고 말했다. 10년 동안 캄보디아인을 대상으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강사 B씨도 "캄보디아에 대한 차별 아닌 차별적 시선이 괴롭다"고 말했다.
현지에선 중국뿐만 아니라 범행에 가담한 한국인의 책임도 있다는 반응도 나온다. 한 재캄보디아 한인회 관계자는 "큰 피싱 조직에 중국인들이 투자하지만 한국인들도 이들과 거래하고 온 것"이라며 "불법성을 인지하고 오는 경우가 많아 중국인만 잘못했다고 보긴 애매하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혼란을 줄이기 위해 소셜미디어보다 공신력 있는 기관이 제공하는 정보에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최항섭 한국정보사회학회 회장(국민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 사회가 중국과 동남아시아에 갖고 있던 부정적인 선입견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증폭되고 있다"며 "소셜미디어에서 혐오에 기반한 잘못된 정보가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해선 정부가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신속하게 제공해야 한다"고 밝혔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사실 확인이 안 된 정보가 소셜미디어 등 사적 채널을 통해 확산하면 불필요한 공포심을 조장할 수 있다"며 "공식 채널을 통해 확인된 정보에 집중하는 것이 더 큰 혼란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