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속도전' 하겠다던 공급대책의 공회전

[사설]'속도전' 하겠다던 공급대책의 공회전

머니투데이
2026.05.11 02:00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5일 오전 서울 용산구 용산국제업무지구 공사장 펜스에 정부 공급대책에 항의하는 내용이 적힌 근조 화환이 줄지어 서있다. 2026.02.05. kmn@newsis.com /사진=김명년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5일 오전 서울 용산구 용산국제업무지구 공사장 펜스에 정부 공급대책에 항의하는 내용이 적힌 근조 화환이 줄지어 서있다. 2026.02.05. [email protected] /사진=김명년

정부가 1·29 대책을 통해 도심 6만 가구 신속 공급을 공언한 지 100일이 지났지만 속도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핵심 사업들은 이해관계 조정과 절차 지연에 막혀 진전이 더디고, 매매와 임대 시장 모두에서 매물 감소와 가격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도심 핵심 부지는 구조적 제약이 분명해진 모습이다. 1만 가구 이상 공급을 예고한 용산국제업무지구는 글로벌 비즈니스 중심지라는 지자체의 목표와 대규모 주택 확충이라는 정부의 방침이 충돌하면서 업무·주거 비율과 개발 밀도, 기반시설 등을 사실상 처음부터 다시 설계해야 하는 상황이다. 태릉CC 역시 조선왕릉 인접이라는 입지 특성 탓에 문화재와 경관 보존 논의가 재점화되며 과거의 논쟁을 답습하고 있다.

과천 경마장 부지는 이전 비용과 대체 부지, 교통·생활 인프라와 지역 경제까지 얽힌 이해관계에 비해 사전 협의와 설득 과정이 충분했는지 되묻게 한다. 성남 금토2·여수2지구의 개발제한구역 해제를 통해 신규 공공택지를 확보한 점은 긍정적이지만 토지 보상과 교통 대책, 각종 민원 처리에 필요한 시간을 감안하면 실제 입주는 최소 7~8년 뒤인 2030년대 이후가 될 가능성이 크다. 당장의 공급 대책이 되기 어렵다.

여기에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로 기존 매물 소진과 함께 잠김 현상이 현실화되고 있다. 지난 7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7만 건 아래로 내려갔고, 이는 임대차 시장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5월 첫째 주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6년 5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전·월세 매물은 연초 대비 30% 가량 급감했고, 올해와 내년 서울 공동주택 입주 예정 물량도 전년보다 줄어들어 수급 불안이 구조적으로 고착될 가능성이 크다.

상황이 이런데도 주택 공급의 키를 쥐고 있는 국토교통부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지 못한 채 대통령의 SNS 메시지에 뒤따르는 수준의 대응에 그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정부는 임기응변 식의 계획 제시만으로는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어렵다는 점을 인식하고 실행 가능한 공급 대책과 중장기 로드맵을 내놓아야 한다. 수요 억제 중심 처방에 머문다면, 집값과 전·월세 가격 안정을 동시에 달성하기는 더욱 요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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