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 무죄' 법원 "檢, 별건수사로 진실왜곡" 이례적 비판

이현수 기자
2025.10.22 04:15

이준호 진술 '신빙성' 의심… 매수저지 논의 등 불인정
"대규모 장내매수 주문만으로 시세조종이라 볼수 없어"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21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자본시장법 위반 1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후 심경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스1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5부(부장판사 양환승)가 21일 자본시장법 위반혐의로 기소된 김 창업자에게 무죄를 선고한 것은 이준호 전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이하 카카오엔터) 투자전략부문장의 진술을 믿을 수 없다고 판단해서다. 재판부가 주문을 낭독한 후 별도로 시간을 내 검찰의 별건수사에 일침을 가한 것도 이 전부문장 진술의 신빙성을 의심해서다.

핵심 증거가 무너지면서 검찰의 주장은 대부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검찰에 따르면 김 창업자는 2023년 2월 에스엠엔터테인먼트(에스엠)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경쟁사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에스엠 주가를 끌어올린 혐의를 받았다. 주가를 하이브의 공개매수가(12만원)보다 높게 고정하는 방식으로 시세를 조종했다는 혐의다. 검찰은 지난 8월 결심공판에서 김 창업자에게 징역 15년과 벌금 5억원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주식매수 방식을 고려했을 때 시세조종 혐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식 공개매수 기간에 대규모 장내매수 행위가 시세에 영향을 끼쳤다는 사실만으로는 시세조종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피고인들의 매수주문비율, 거래량 동향, 시간간격 등을 종합했을 때 시세조종성 주문에 해당한다고 볼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카카오 김범수 1심 무죄, 재판부 설명 이유. /그래픽=김다나

법원은 카카오의 에스엠 인수가 꼭 필요한 상황이 아니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검사의 주장과 달리 당시 카카오에 에스엠 경영권 인수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카카오 투자테이블에서 은밀한 경영권 인수가 정해지거나 공개매수 저지논의 및 시세조종 공모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하이브의 공개매수 실패 가능성이 높았던 만큼 시세조종을 통한 저지의 필요성도 높지 않았다고 봤다. 재판부는 "당시는 하이브의 공개매수 실패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던 상황"이라며 "하이브의 공개매수 기간 마지막 일자인 2023년 2월28일 에스엠 주가가 하이브의 공개매수 가격인 12만원 이하로 하락할 것이 예상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들이 굳이 하이브의 공개매수 저지를 목적으로 거액을 투입하는 결정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카카오와 원아시아가 공모해 에스엠 주식을 매수했다는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기 때문에 이를 전제로 한 대량보유상황 보고의무 위반에 따른 자본시장법 위반도 무죄로 판단했다.

김 창업자에게 무죄를 선고한 양환승 부장판사는 지난달 카카오엔터의 제작사 고가인수 혐의와 관련해 기소된 김성수 전 카카오엔터 대표와 이 전부문장에게 무죄를 선고하기도 했다. 다만 이 전부문장의 횡령혐의에 대해선 유죄를 선고했다. 카카오엔터의 제작사 고가인수 혐의는 검찰이 카카오의 에스엠 시세조종 의혹을 수사하던 중 정황을 포착해 기소한 건으로 검찰의 별건수사 관행이 논란이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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