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비뼈 16개 부러진 채 숨진 8세 여아…"죽을 지 몰랐다"[뉴스속오늘]

박효주 기자
2025.10.24 06:00
[편집자주] 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계모의 지속적 학대로 숨진 고 이서현양 생전 모습. /사진=유튜브 채널 달리 갈무리

"목욕하던 딸이 욕조에 빠져 숨졌습니다."

2013년 10월24일. 119에 이같은 내용의 신고가 접수됐다. 현장에 출동한 소방 당국은 8세 여아 시신을 살펴보다 몸에서 여러 개의 멍 자국을 발견했다. 직감적으로 단순 사고가 아님을 알아챈 소방은 경찰에 연락했고 신고했던 여성이 피의자로 체포됐다. 경찰 수사 결과 아이 사인은 복부 손상이지만 진짜 이유는 이 여성의 지독한 학대였다.

8살 여아 갈비뼈 16개 부러지도록 폭행한 '계모'

사건 당일은 숨진 이서현양이 학교에서 소풍을 가기로 한 날이었다. 소풍을 다녀온 다음 날 이사가 예정돼 있던 터라 이양은 친구들과 마지막 추억을 만들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다.

그런데 이양 친부 동거녀이자 이양 계모를 자처한 박모씨는 이양이 2300원을 훔쳤다는 억지를 피우며 학교에 보내지 않고 폭행했다. 이양은 돈을 훔치지 않았지만 이대로면 소풍을 갈 수 없다는 생각에 "엄마 미안해요. 그런데 소풍 가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그러자 박씨 폭력은 더 잔혹해졌다. 소풍 가고 싶어 억지 사과를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는 이양을 35분 동안 무차별적으로 때렸고 30분 쉰 뒤 다시 25분간 폭행을 이어갔다. 이 과정에서 이양은 갈비뼈 24개 중 16개가 부러졌고 부러진 뼈가 폐를 찔러 사망했다.

박씨는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면 멍이 빨리 빠질 거라 생각해 이양 시신을 욕조에 앉혔다. 이후 119에 전화해 "아이가 반신욕을 하고 싶다고 해서 욕조에 들어가 있도록 했는데 잠깐 다른 일을 하는 사이 사고가 났다"고 신고했다.

하지만 경찰은 박씨의 이같은 주장을 믿지 않았고 여러 차례 사건을 되물었다. 그러자 박씨는 "아이를 때렸는데 멍이 들어 물에 들어가 있도록 했는데 욕조에서 미끄러지면서 부상을 입고 그대로 기절해 익사했다"고 또다른 거짓말을 늘어놨다.

3년 전부터 시작된 학대…친부에겐 '실수로 다쳤다' 거짓말
계모 폭행으로 이양 허벅지 뼈가 부러졌을 당시 X-ray 사진. /사진=유튜브 채널 달리 갈무리

박씨의 사고사 주장과 달리 경찰 수사 결과 이양은 2011년부터 3년에 걸쳐 지속해 학대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박씨는 이양 머리를 이유 없이 때리는가 하면 30분 늦게 집에 왔다는 이유로 발로 허벅지를 차 뼈가 부러지는 전치 10주의 부상을 입혔다. 또 이양 문제로 그의 친부와 다투자 분풀이를 이유로 이양을 욕실로 끌고 가 손발에 뜨거운 물을 끼얹어 2도 화상을 입히기도 했다.

부동산 분양업을 하는 이양 친부는 객지 생활을 하며 한 달에 두 번가량 집을 방문하는 것이 전부여서 박씨 학대 행위를 알지 못했다고 한다.

이양이 크게 다쳤을 때는 "계단에서 굴렀다"거나 "온수를 잘못 틀어 데였다"고 거짓말했다. 이양이 숨진 당일에도 박씨는 서울에 있는 이양 친부에게 "소풍 갔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양 친부는 이 거짓말을 모두 사실로 믿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 안타까운 점은 이양이 구조될 기회가 있었다는 점이다. 2011년 당시 어린이집 교사가 이양 머리에 피가 엉겨 붙어 있고 몸에 멍이 있는 걸 보고 아동보호기관에 신고했다. 하지만 당시 법적 한계로 이양과 박씨를 격리하지 못 했다.

"죽음에 이르게 한건 맞지만 살해 의도 없었다"…혐의 부인한 계모
계모 박씨가 현장 검증을 마친 후 경찰 차량에 타고 있는 모습. /사진=유튜브 채널 달리 갈무리

재판에 넘겨진 박씨는 "자신이 죽음에 이르게 한 것은 맞지만 살인할 의도는 없었다"며 살인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

1심은 "살해하려는 확정적 또는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며 그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그 결과 살인죄가 아닌 상해치사죄가 적용됐고 박씨는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사형을 구형했던 검찰은 1심 판결에 항소했고 2심에서 판결이 바뀌었다. 살인죄를 인정한 것이다.

부산고법 형사합의1부는 "이양이 숨진 당일 박씨는 이양을 두 차례에 걸쳐 폭행했다"며 "두 번째 폭행이 있기 전 이양이 비명을 지르고 창백한 모습이어서 이미 생명에 위험이 닥친 상황이었다는 사실을 의학 지식이 없는 박씨도 알 수 있었는데도 계속 폭행했다"고 지적하며 원심을 깨고 징역 18년을 선고했다.

이후 박씨는 대법원에 상고하지 않아 18년형이 확정됐다. 아동학대 최초로 살인죄를 인정한 사건이었다.

학대 방관자인 친부는 친딸이 계모에게 맞아 숨지도록 방치한 혐의로 기소된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 됐다. 이양 친부는 양형을 이유로 항소했지만 형만 가중됐다.

2심은 "이씨 방임이 심각한 신체적 학대에 준한다"며 형량을 징역 4년으로 늘렸다. 이후 대법원에서 원심의 형이 최종 확정됐다.

사건 이후 아동학대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촉발했으며 민간 조사단이 '이서현 보고서'를 만들어 아동보호 시스템 허점을 지적하고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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