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박 3일간 머문 곳은 4성급 코오롱호텔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성급 힐튼호텔을 이용한 것과 달리 시 주석이 해당 호텔에 머문 것에는 과거 인연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3일 경북도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방한한 시 주석은 토함산 자락에 있는 코오롱호텔 경주에서 숙박했다. 이곳은 도심과 떨어진 산기슭에 있어 외부 노출이 적고 숲에 둘러싸여 있는 만큼 보안 유지에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코오롱호텔은 APEC 개최를 앞두고 리모델링을 마쳐 정상 전용실과 통신보안 시스템을 새로 갖췄다. 호텔 진입로에는 이동식 차단벽과 대형 스크린을 설치해 외부 시야를 차단했다. 차량·보행로에는 이중 검문소가 운영됐다.
시 주석은 9층 최고급 객실이자 정상급 스위트(PRS·Presidential Royal Suite)인 '자미원'(紫微垣)을 이용했다. 자미원은 고대 천문학에서 '황제가 거처하는 하늘 궁전'을 뜻하는 별자리 이름이다. 해당 객실의 공식 요금은 1박에 약 500만원이다.
자미원 면적은 446㎡(약 135평)이며 내부는 한옥풍으로 꾸며졌다. 메인 침실과 게스트 침실, 응접실, 다이닝룸, 다도실, 욕실 3개, 명상실 등으로 구성돼 있다. 대형 창을 통해 토함산 숲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코오롱호텔은 1978년 토함산 정기를 담고자 전문가와 풍수지리 자문을 받아 불국사 바로 옆에 세워졌다. 건축 당시에는 경북 최고급 호텔로 주목받았지만, 현재 일부 시설은 낡은 편이다. 또 APEC 정상회의장인 화백컨벤션센터(HICO)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정상들 숙소가 몰려 있는 보문관광단지와도 다소 거리가 있다.
하지만 중국 측은 시 주석이 2009년 12월 부주석 당시 경주 불국사에서 주지 스님으로부터 문화유산 설명을 듣는 등 인연으로 해당 호텔을 숙소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낙영 경주시장은 지난달 30일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과 함께 호텔에서 맞이한 시 주석에 대해 "16년 만에 경주에 다시 오셨다고 말씀드리니 '그때를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며 무척 반가워하셨다"며 "한참 동안 손을 잡고 아름다운 경주에 대한 찬사와 행사 준비를 잘해준 것에 감사 인사를 전하셨다"고 전했다.
코오롱호텔과 트럼프 대통령이 머문 힐튼호텔 경주는 약 7.7㎞ 거리를 두고 있다. 경북도 관계자는 "미국과 중국 정상의 숙소 배치는 동선 분리와 경호 균형을 최우선으로 설계됐다"며 "경주 전역이 사실상 하나의 'APEC 경호구역'으로 운영됐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