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형외과 밀집지역인 서울 강남구 약국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관련 민원과 고소가 잇따른다. 서로 약국의 간판, 전광판 등이 규정을 위반했다는 신고를 쏟아내며 갈등을 벌여서다. 약국이 '포화상태'인 해당 지역에 개업이 이어져 '밥그릇싸움'이 격화하는 실정이다.
9일 강남구청에 따르면 도시계획과가 처리하는 약국 규정과 관련한 민원은 올해 20여건 발생했다. 간판의 위치나 입간판 크기, 전광판 밝기 등 규정을 어겼다는 신고다. 성형외과병원이 몰려 있는 신사동과 압구정동 일대에서 주로 접수된다.
민원을 접수하는 구청과 보건소 직원들의 피로감은 상당하다. 민원이 들어오면 담당 공무원이 현장에 나가 확인해야 한다. 강남보건소 관계자는 "신사동과 압구정동에 성형외과가 몰려 있다 보니 경쟁이 치열하고 견제성 컴플레인이 발생한다"며 "최근에는 탈모치료제 판매경쟁이 치열해 서로 견제성 민원을 넣는 사례까지 있다"고 말했다.
지난 9월 신사동에서 개업한 A약국에 대해선 2개월 동안 민원이 4차례나 제기됐다. 전광판이 너무 밝다거나 간판의 위치, 입간판 크기 등이 규정을 위반했다는 신고다. 구청 직원은 3차례 현장점검에선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네 번째 점검에선 입간판 크기를 시정하라고 권고했다.
그러자 A약국 점주가 "옆의 약국도 우리와 비슷하다"고 이의를 제기해 해당 약국도 단속 대상이 됐다. 구청 관계자는 "최근 개업한 약국을 견제하기 위해 오래된 약국이 구청에 집중적으로 민원을 넣는다"고 말했다. 이어 "간판규격 등 악의적 시비가 신사동 일대 약국에서만 올해 10건 정도 발생했다"고 했다.
민원전이 몸싸움과 고소전으로 번지기도 한다. 압구정동의 한 대형병원 빌딩 내 약국 2곳은 환자를 유치하기 위해 갈등을 벌이다 급기야 몸싸움까지 했다. 해당 사건으로 B약국 점주는 1심에서 폭행혐의가 인정돼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이 점주는 항소했다.
폭행피해를 입은 C약국 점주는 B약국 점주를 불법 담합과 호객행위를 한 혐의로 고소한 상태다. B약국 점주는 C약국 점주를 업무방해와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약사법상 약국 밖에서 환자를 유인하는 행위는 불법이다. 하지만 해당 지역에선 환자호객이 일상이다. 한 약사는 "호객 전담 직원을 고용하는 건 이미 공공연한 일"이라며 "누가 더 손님을 끌어오느냐의 경쟁"이라고 했다.
강남지역 약국들의 갈등은 환자수요보다 약국공급이 훨씬 많은 불일치 현상에서 초래된다. 이미 약국이 포화상태지만 성형외과 등 병원이 쏠린 지역이라 개업하는 약국이 늘어나는 구조다. 강남구의 약국은 △2022년 489곳 △2023년 499곳 △2024년 524곳으로 지난해 처음으로 500곳을 넘어섰다.
보건소 관계자는 "약국은 조제료가 돈이 되기 때문에 처방이 많은 병원 인근에 가려고 하다 보니 입지가 제한돼 있다"며 "제한된 입지에서 경쟁하니까 요즘은 경쟁약국이 불법 호객행위를 한다는 민원을 넣는다"고 말했다. 또다른 약사는 "일대에 편의점보다 약국이 더 많다 보니 마음고생이 심하다"며 "압구정은 이미 약국이 들어찰 대로 들어차 새로 약국이 개업이라도 하면 민원을 넣는 분위기"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