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와 외환은행 매각 관련 국제투자분쟁(ISDS)의 중재 판정에 불복해 제기한 취소신청에서 승소했다. 이에 따라 정부가 론스타에 배상해야 했던 원금·이자 등 약 4000억원의 배상책임이 모두 소멸했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18일 론스타 ISDS 취소신청 관련 긴급 브리핑을 열고 "이날 오후 3시22분쯤 미국 워싱턴DC 소재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의 론스타 ISDS 취소위원회로부터 대한민국 승소 결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김 총리는 "취소위원회는 2022년 8월31일자 중재 판정에서 인정한 정부의 론스타에 대한 배상금 원금 및 이에 대한 이자 지급 의무를 모두 취소했다"며 "원 판정에서 인정된 약 4000억원 규모의 정부의 배상책임은 모두 소급·소멸됐다"고 설명했다. 약 4000억원은 배상금 원금 3200억원(2억1650만달러·현재 환율 기준)과 이에 따른 이자 비용의 합계치다.
김 총리는 "정부는 취소위원회로부터 '론스타는 한국 정부가 그간 취소절차에서 지출한 소송비용 합계 약 73억원을 30일 이내 지급하라'는 환수 결정도 받았다"며 "13년간 이어진 소송 가액 약 6조9000억원 상당의 론스타 ISDS 사건에서 끈질긴 노력 끝에 거액의 배상의무를 소멸시켰다. 이는 국가 재정과 국민 세금을 지켜낸 중대한 성과이며 대한민국의 금융감독 주권을 인정받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그동안 법무부를 중심으로 정부 관련 부처가 적극적으로 소송에 대응한 결과"라며 "새정부 출범 후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의 성공적 개최와 한·미·중·일 정상외교, 관세협상 타결에 이은 대외 부분에서 거둔 쾌거"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이번 취소 결정을 면밀히 분석하고 신속히 브리핑과 보도자료 등을 통해 상세한 내용을 알려드릴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취소신청 승소에는 '절차적 위법성'에 대한 우리 정부 측 주장이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론스타 사건 관련 실무를 총괄한 정홍식 법무부 국제법무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승소 이유를 묻는 질문에 "중재 절차 과정에서 적법 절차 위반이 상당히 중대하게 발생했다는 점이 취소위원회에서 한국 정부의 취소 신청을 받아들인 결정적 계기였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정 국장은 "지난 1월 런던에서 3일 동안의 구술 심리가 있었다"며 "심리 과정에서 취소위원들이 적법 절차 위반에 대해 상당히 많은 질문을 하신 건 사실이다. 그런 부분에서 저희는 약간의 어떤 긍정적인 느낌을 받은 바 있다"고 설명했다.
법무부는 2023년 8월 '한국 정부가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에 약 2억1601만달러(약 3200억원)를 지급하라'는 ICSID의 판정에 대해 취소 신청을 제기했다. 당시 법무부가 밝힌 판정 취소 신청 사유는 △판정부의 명백한 권한유월(월권) △절차 규칙의 심각한 위반 △이유 불(不)기재 등 세 가지였다. ICSID 협약은 △중재판정부 구성 흠결 △판정부의 명백한 권한유월 △중재인의 부패 △절차 규칙의 심각한 위반 △이유 불기재를 취소 사유로 명시한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모든 공을 법무부 실무진에게 돌렸다. 정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올해 1월 대통령과 법무부 장관이 부재하고 굉장히 어려운 상황에서 법무부가 일사불란하게 일을 했다"며 "법무부가 흔들림 없이 잘 대응을 하고 최종 구술 변론까지 해서 중재재판관들을 잘 설득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론스타는 2012년 한국 정부가 외환은행 매각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손해를 봤다며 한국 정부에 46억8000만달러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국제중재를 제기했다.
10년 만인 2022년 8월 중재판정부는 론스타 주장 중 일부를 인정해 우리 정부가 청구 금액 46억8000만 달러 중 4.6%인 2억1650만달러를 배상해야 한다고 판정했다.
우리 정부는 같은 해 10월 중재판정부가 배상원금을 과다 산정했고, 이자 중복 계산 등이 있었다며 정정신청을 냈다. 중재판정부는 이를 전부 인용해 우리 정부가 물어야 할 배상금은 2억1601만8682달러로 줄었다. 이후 론스타와 우리 정부 모두 해당 판정에 취소신청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