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병원이 진료기록을 보여주는 규정이 없는 현행 수의사법에 대한 헌법소원이 처음으로 제기됐다. 어떤 쪽으로 결론이 나오든 반려동물 관련 정책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전망이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반려동물 보호자 A씨는 최근 국회를 상대로 권리구제형 헌법소원을 냈다.
A씨는 현행 수의사법이 동물병원에 '반려동물 진료기록부를 보호자에게 보여주고(열람) 복사본을 건네줄(교부) 의무'를 두지 않은 점을 문제 삼았다. 법에는 진료기록부를 수의사가 작성·보존해야 한다는 규정만 있을 뿐, 보호자가 기록을 요구했을 때 어떻게 열람·발급해야 하는지에 대한 절차나 기준이 없다.
A씨는 우선 알 권리 침해를 주장했다. 본인의 재산이자 사실상 가족 구성원인 반려동물에 대한 건강·치료 정보를 열람할 수 없는 것은 위헌이라는 취지다. 특히 사람은 진료기록 열람권을 보장받는데 반려동물 보호자는 전혀 보장받지 못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는 점도 지적했다.
재산권 침해도 강조했다. 과잉진료나 오진으로 경제적 손실을 입어도 정확한 진료 내용을 확인할 수 없어 비용이 정당했는지, 동물의 가치에 중대한 손해가 있었는지 따질 수 없으므로 재산권을 제대로 행사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민법상 반려동물은 물건(재산)으로 분류돼 있다.
이에 따라 재판청구권도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고 지적한다. 의료과실을 주장하려면 진료기록이 핵심 증거인데, 이를 법률상 보장받지 못하면 민·형사상 분쟁에서 사실상 증거 없는 싸움을 강요당해 재판을 받을 권리가 실효성을 잃는다는 논리다.
A씨는 동물병원 진료의 투명성과 안전을 담보할 장치가 없기 때문에 과잉진료와 의료사고 피해가 구조적으로 반복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되는 반려동물 의료사고·의료분쟁 의심 사례는 연 100~200건, 전체 동물병원 민원은 연 300~400건 수준이다.
A씨는 "국회가 수의사법에 보호자의 알권리 등을 보장하기 위한 진료기록 교부 의무·피해구제절차·징계 및 감독 제도 등을 규정하지 않은 입법부작위는 헌법에 위반된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헌법소원은 모든 반려동물 보호자들이 법의 사각지대에서 벗어나기 위한 첫걸음"이라고 했다.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을 재판관 3명으로 구성된 지정재판부에 배당하고 청구 적격성과 심판 필요성을 검토 중이다. 지정재판부 3명 중 1명이라도 "전원재판부에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면 본격적인 위헌 여부 심리에 착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