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로 풀려난 뒤, 법 빈틈에 숨었다

조준영 기자, 정진솔 기자
2025.11.25 04:04

중병·가족장례 참석, 긴급사유 석방후 11명 잠적
형 확정된 미집행자, 압수수색등 강제수사 불가능

최근 10년간 구속집행정지 결정 및 미복귀자 현황/그래픽=이지혜

모친상을 이유로 임시석방된 뒤 두 달째 도주 중인 60억원대 사기범처럼 임시로 풀려난 뒤 행방을 감춘 피고인이 10명 더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구속집행정지 제도가 사실상 도주통로로 활용되지만 이를 방지할 제도적 장치는 사실상 전무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올해 9월말 기준 구속집행정지 기간이 만료됐는데도 구금시설로 돌아오지 않은 미복귀자는 11명으로 집계됐다. 2020년 10명을 넘긴 미복귀자는 △2021년 16명 △2022년 21명 △2023년 18명 △2024년 11명으로 두 자릿수를 유지한다. 구속집행정지 결정은 매년 600~700건 이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속집행정지는 형사소송법 101조에 따라 법원이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 구속된 피고인의 구속집행을 정지하는 제도다. 대법원 예규는 '상당한 이유'를 중병, 출산, 가족장례 참석 등 긴급한 사유로 한정했다.

이번에 문제가 된 30대 재소자 A씨는 부산구치소에 수감 중 모친상을 이유로 지난 9월25일 법원으로부터 구속집행정지 결정을 받아 임시석방됐다. A씨는 투자전문가를 사칭해 130여명으로부터 60억원 상당을 가로챈 사기조직의 총책을 맡은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었다. 부산지법은 모친의 장지로 주거지를 제한해 A씨 석방을 허가했지만 그는 복귀일인 같은 달 26일 부산구치소로 돌아오지 않았고 지금까지 행방이 묘연하다.

더 큰 문제는 A씨의 신분이 '자유형 미집행자'로 전환됐다는 점이다. A씨는 지난 9월22일 2심에서 징역 7년6개월을 선고받았는데 1주일 안에 상고장을 제출하지 않아 같은 달 30일 형이 확정됐다. 재판진행 중엔 불출석 피고인에 대해 법원이 직권으로 발부한 압수수색 영장을 근거로 강제수사가 가능하지만 형이 확정된 자유형 미집행자는 형집행장을 근거로만 추적·검거할 수 있어 소재를 파악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형집행장은 구속영장과 동일한 효력이 있어 피고인을 체포·구금할 수 있지만 숨어 있는 미집행자를 찾기 위한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가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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