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핵심기술 개발과 보유 기업이 기술 보유 사실을 숨기려는 행태를 막으려면 강도 높은 규제 의무에 부합하는 실질적인 인센티브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행 제도는 기술유출 방지에만 초점이 맞춰져 국가핵심기술 등록 유인이 떨어지는 한계점이 존재해서다.
25일 산업통상자원부(산자부)에 따르면 국가핵심기술 등록 대상 분야는 △반도체 △우주 △디스플레이 등 13개 분야, 총 79개 기술이다.
산업기술보호법에 근거한 국가핵심기술 제도는 기술유출 방지에 중점을 둔다. 국가핵심기술을 해외로 이전하려면 정부에 사건 신고 후 허가를 받아야 한다. 해외 인수·합병, 합작투자 등 외국인 투자를 진행하려면 신고·승인 절차도 거쳐야 한다. 인수·합병은 여러 측면에서 심사가 이뤄지고 서류 보완 등 절차가 필요하다.
또 보호구역을 설정하고 출입 시 휴대전화 검사를 하는 등 보호 조치도 동반돼야 한다. 만약 정부가 수출 및 해외인수·합병에 대해 중지·금지 등 조치 명령을 내리면 이를 따라야 한다.
이렇다보니 산업계 일각에선 국가핵심기술 제도를 '혜택 없는 통제'로 바라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국가핵심기술 등록 시 정부가 보안역량 강화 프로그램을 제공하는데, 보안 컨설팅과 CC(폐쇄회로)TV 등 장비 구입비를 지원하는 수준에 그친다.
최근에도 처벌 강화 조치만 이뤄졌다. 올해 7월부터 시행 중인 개정 산업기술보호법은 국가핵심기술의 무단 해외 유출 시 최대 65억원의 벌금을 물릴 수 있는 조항이 추가됐다. 기업 신청으로 국가핵심기술 판정을 하던 기존과 달리 정부가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하면 직권으로 기업에 판정 신청 통지를 할 수 있는 내용도 담았다.
기술보호와 산업 육성 성과를 모두 내려면 규제 일변도의 '채찍' 중심 현행 제도에 실질적인 인센티브인 '당근' 방안을 추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부는 산업발전법에 근거해 첨단기술 보유 기업에 △연구개발특구 입주 시 법인세 감면 △외국인 투자에 대한 현금 지원 등 혜택을 제공한다. 국가첨단전략산업법에서 규정하는 전략기술 역시 보유 기업에 조세 감면 혜택을 준다. 하지만 국가핵심기술의 경우 직간접적 지원이 없는 실정이다.
손승우 법무법인 율촌 고문은 "보안시스템 구축, DLP(데이터 손실 방지), 접근통제, 망 분리 등 기술적 조치 관련 컨설팅 비용에 대한 일정 비율 세액 공제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면서 "자율준수프로그램(CP)과 같이 법 준수 역량이 입증된 기업에 대해선 추가적 규제 완화와 절차적 혜택을 부여하는 차등적 인센티브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산자부 역시 국가핵심기술 보유 기업에 대한 혜택을 늘리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기존에 논의됐던 투자시설 세액공제와 국가핵심기술 개발·보유 기술자에 대한 예우를 정부 차원에서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산자부 관계자는 "다양한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며 "재원이 무한정 있질 않으니 (국가핵심기술 보유) 중소기업 중심으로 지원하고 있다. 일괄적으로 세액 공제하는 방법은 아직 없는 상황이지만 실효적인 인센티브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