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까지 정치화될라"…법조계, 법원행정처 폐지 논의에 신중론

양윤우 기자, 정진솔 기자
2025.11.26 16:45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 깃발이 휘날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사진=김근수

대법원장에게 집중된 인사·예산 권한을 법원 외부 인원들이 다수 참여하는 기구로 이관하는 내용 등을 담은 더불어민주당의 사법 개혁안 발표에 법조계에서는 법과 원칙에 따른 독립적인 재판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민주당이 내놓은 사법개혁안의 핵심은 대법원 산하 법원행정처를 없애고 판사보다 외부 인사가 많은 13인 합의제 기구인 사법행정위원회를 만들어 행정처를 대체하는 것이다. 사법행정위는 행정처를 대신해 법관 인사와 예산·징계 등의 행정 일을 보게 된다. 이 밖에 각급 법원의 사법행정 자문기구인 판사 회의가 법원장 후보를 선출하도록 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개혁안이 현실화하면 사법행정권은 사법행정위와 판사회의로 분산되고 대법원장의 권한은 재판 업무로만 한정된다. 이와 관련, 민주당은 제왕적 대법원장 체제를 손보지 않으면 사법 신뢰 회복이 불가능하다며 올해 안까지 입법을 완료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법원 안팎에서는 반대 목소리가 높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외부인이 행정에 개입하면 검찰 인사처럼 정권이 바뀔 때마다 '코드 판사'가 요직을 차지하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 정치 재판이 되는 것"이라며 "또 일부 법관들이 사법행정까지 챙기다 보면 재판에 쏟을 시간과 에너지가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고법의 한 부장판사도 "지금은 내부 잣대로 평가받고 법원이라는 조직이 외부 압력으로부터 나를 막아준다는 믿음이 있다. 양심에 따라 판결하면 직접적인 불이익은 없을 거라는 최소한의 신뢰가 있다"며 "이제는 그 보호벽이 없어지는 것이다. 내가 판결하면 아무런 보호벽이 없이 그냥 외부의 물결이 나한테 밀어닥치는 셈 아니냐"고 했다.

이어 "행정처가 인사만 하는 곳이 아니다. 각종 규칙을 만들고 헌법재판소 결정이나 법 개정 내용을 소화해 재판을 지원하는 업무가 대부분"이라며 "사법행정위의 구조가 그런 일을 효과적으로 해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반인이 하면 합리적인 인사고 대법원장이 하면 비합리적인 인사는 건 아니지 않나. 권한을 분산한다면 법원 내부에서 분산하는 것이 맞다"며 "외부인이 서류만 놓고 누가 누군지 잘 모르는 상태에서 적재적소 인사가 가능하겠냐. 행정부도 장관이 인사하는데 왜 사법부 인사는 외부에 맡기겠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반면 법원행정처 폐지라는 방향 자체에는 찬성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창민 법률사무소 창덕 변호사는 "법관 평가와 승진을 무기로 줄 세우는 제왕적 대법원장제의 제도적 기반이 법원행정처이기 때문에 재판 독립을 해치는 구조 자체를 없애야 한다"며 "눈치 보기 재판을 가능하게 하는 법원행정처는 없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여권 국회 법제사법위원들은 헌재가 법원 판결을 심사하는 내용의 이른바 '재판소원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현행법상 법원 판결은 헌법소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그러나 민주당은 사법 개혁의 하나로 제도 도입을 추진 중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사실상 '4심제'에 해당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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