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서 추진하는 사법개혁안에 대한 각 계층의 의견을 수렴하는 사법개혁 공청회가 막을 내렸다.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김선수 전 대법관 등 법조계 원로들은 성급한 사법개혁은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주최해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서울 서초구 서울법원종합청사에서 진행된 '국민을 위한 사법제도 개편 공청회: 방향과 과제' 마지막 날에는 '대한민국 사법부가 나아갈 길'이란 주제로 종합 토론이 진행됐다. 문 전 대행, 조재연 전 대법관, 박은정 전 국민권익위원장, 법조 기자 출신인 심석태 교수, 차병직 클라스한결 변호사 등이 토론자로 참석했고 좌장은 김 전 대법관이 맡았다.
문 전 대행은 모두발언을 통해 재판소원 도입에 대해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소원이란 법원에서 확정된 판결을 헌법재판소가 다시 심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문 전 대행은 "헌법재판소 권한을 키울지, 대법원 권한을 키울지 하는 기관 이기주의 관점이 아니라 국민이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 받을 권리를 어떻게 실현할지 견제와 균형이라는 헌법 원리의 관점에서 제도 설계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했다. 이어 "재판소원 문제를 장기과제로 논의하는 대신 헌재의 한정위헌 결정 있을 경우 법원의 재심사유로 인정하는 헌법재판소법 개정 논의를 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차 변호사는 "재판소원 제도를 본격적으로 실시할 경우 헌법적 쟁점에 한정하면 헌법소원 사건 폭주를 막을 수 있다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며 "모든 사건을 헌법 쟁점화할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여당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는 대법관 증원 문제에 대해선 "상고심사제, 변호사 강제주의 도입을 전제로 대법관 8명을 단계적으로 증원할 것을 건의한다"고 했다.
문 전 대행은 "상고심사제나 연합부 9명 체제로 가는 것이 현재 국회의 압박이나 사건 처리 수를 종합할 때 최선의 방안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고 제언했다. 상고심사제란 대법원이 쟁점 사건에 집중하도록 필요한 사건을 선별하는 것이다.
김 전 대법관은 여당이 추진하는 12명 증원 방안에 찬성했다. 김 전 대법관은 "대법관으로 직접 근무해보니 소부는 대법관 3명 구성보단 4명 구성이 바람직하다고 확신했다"며 "대법관 12명을 증원하면 대법관 1인당 주심, 소부 사건 수는 절반으로 감소한다"고 말했다.
하급심이 약화할 수 있단 지적에 대해선 "대법관 증원과 하급심 강화가 배치되는 건 아니고 동시에 추진될 수 있다"며 "하급심 강화와 관련해 법관이 추가로 필요한지를 자료 제시해서 국회와 정부를 적극적으로 설득해야지 막연히 반대만 하는 건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사법부의 자성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 전 대법관은 "법원은 침몰하기 직전 난파선 같은 상황"이라며 "지난 3월7일 구속취소 결정과 지난 5월1일 전원합의체 판결로 암초를 들이받고 좌초한 상태에서 일부 법관들의 이해할 수 없는 내란 사건 진행과 특검 영장 기각으로 침몰을 독촉하는 형국"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개혁할 건 개혁해서 국민 신뢰라는 부력을 되찾아 정상적으로 운항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여야 할 때"라며 자성을 촉구했다.
박 전 위원장 역시 "진부하지만 본질은 국민을 위한 사법개혁"이라며 "사법부가 입법, 행정부 위에 있을 수 없듯 입법, 행정부도 사법부 위에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