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사가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에 징계 종류로 규정돼 있지 않은 '보직변경'을 징계처분으로 내린 것은 위법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부장판사 진현섭)는 정모씨가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낸 부당징계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고 27일 밝혔다.
정씨는 2019년 10월 A사에 입사해 생산관리 업무를 담당하면서 전국금속노동조합 분회 사무장으로 활동했다. 그러던 중 회사는 2024년 5월 정씨에게 정직 1개월 및 보직변경 징계를 결정했다.
이유는 △정씨가 과거 생산계획·실적보고서를 작성하면서 내용을 임의수정하고 허위보고했다는 점 △전 분회장 B씨의 징계·형사재판 과정에서 B씨에게 회사의 생산·납품 계획과 실적 보고자료를 전달한 점 △승인 없이 121만4500원 상당의 동복 구매 발주요청서를 공급업체에 보낸 점 △회사의 잔디 정리 작업 지시와 시말서 제출 요구를 거부한 점이다.
또 회사는 같은해 6월 보직변경 사유를 '징계통보서에 따른 징계양정'으로 적시해 정씨 보직을 사무직인 생산관리에서 현장생산직인 조립·시험반으로 변경했다.
정씨는 징계가 부당하고 노조 활동 보복성 조치라며 경북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냈다. 다만 경북지방노동위는 문서 조작·허위보고 및 업무지시 거부 등 일부 징계사유가 인정되고, 보직변경은 징계가 아닌 인사명령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정씨 신청을 기각했다. 중앙노동위원회도 같은 판단을 유지하자 정씨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정씨는 "회사의 자료 전달은 전 분회장과 회사 사이의 분쟁 해결을 돕기 위한 것이었고, 회사에 피해를 주거나 사익을 취하려는 목적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 "동복 발주는 현장 직원 요청에 따라 필요한 물품을 신속하게 구매하려 한 정당한 업무수행"이라며 "보직변경은 징계통보서에 포함됐고, 수당 감소 등 실질적 불이익이 발생했으므로 단순 인사명령이 아니라 규정에 없는 징계"라고 주장했다.
법원은 징계 양정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보직 변경을 단순 인사명령이 아니라 징계처분이라고 봤다. 재판부는 "징계는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처분이므로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 또는 이에 근거한 징계규정에서 징계 종류로 명시돼 있지 않은 징계처분을 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보직변경이 위법한 이상 회사의 원고에 대한 징계는 전부 위법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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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재판부는 자료 유출과 승인 없는 발주라는 징계사유는 정당하다고 봤다. 회사가 정씨의 노조 활동에 대해 보복징계했다는 증거도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회사가 위법한 보직변경이 아닌 다른 징계를 내리면 징계수위가 바뀔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