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2년 4월27일, 위장 택시를 몰던 김경훈과 허재필이 택시를 기다리던 20대 피아노 강사 박모씨를 차에 태운 뒤 납치했다. 이들은 박씨를 폭행하고 현금 2만원과 신용카드를 빼앗았으며 이후 살해했다. 이 사건은 김경훈과 허재필이 저지른 이른바 '용인 연쇄 살인 사건'의 두 번째 범행이었다. 이들은 총 6명의 여성을 대상으로 강도 및 강간살해를 저질렀다.

골프장에서 함께 근무하며 친해진 김경훈과 허재필. 두 사람은 고작 한 달 남짓한 기간을 함께 일했을 뿐이지만 허씨가 김씨를 살갑게 대하면서 급속도로 친해졌다.
김씨는 교육자 집안에서 태어나 비교적 부유하게 자랐으나 재수 시기를 거치며 범죄에 빠져들었다. 그는 절도와 강도, 성범죄 등으로 전과 7범이 된 상태였다.
유흥에 빠져 있던 김씨는 상대적으로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낸 허씨에게 "돈이 된다면 어떤 일이든 할 수 있겠느냐"며 "크게 한탕 하자"고 제안했다.
빚에 시달리던 허씨는 이 제안을 받아들였고 두 사람은 승용차로 여성을 납치해 금품을 빼앗은 뒤 살해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2002년 4월 18일, 김씨는 단골 미용실을 찾아 미용사인 30대 여성 이모씨에게 "드라이브 하자"며 자신의 차에 태웠다. 용인휴게소 주차장에 도착한 뒤 트렁크에 숨어 있던 허재필이 갑자기 튀어나왔고, 두 사람은 이씨를 위협해 신용카드 2장과 현금 10만원을 빼앗은 뒤 목을 졸라 살해했다. 시신은 골프장 인근 야산에 암매장했다.

첫 범행 이후 자신감을 얻은 이들은 승용차를 택시로 위장해 범행을 이어가기로 했다. 이른바 '가짜 택시'를 운영하며 수원의 한 도로변에서 택시를 기다리던 피아노 강사 박씨를 태워 오산천 주차장으로 끌고 갔다. 이후 마구 폭행해 현금 2만원과 신용카드를 빼앗았다.
이들은 박씨를 강제 추행한 뒤 목을 졸라 살해했으며 그의 신용카드를 이용해 현금 50만원을 추가로 인출했다.
범행은 이튿날인 2002년 4월28일에도 이어졌다. 두 번째 범행 장소에서 불과 2㎞ 떨어진 곳에서 택시를 기다리던 20살 사회초년생 여성 이모씨를 태운 뒤 오산 나들목 부근 갓길로 끌고 갔다. 이들은 금품을 빼앗은 뒤 같은 방식으로 살해했고 피해자 카드로 현금 190만원을 인출했다.

범죄가 발각되지 않자 이들은 점점 대담해졌다. 29일 새벽에는 수원의 한 번화가에서 또다시 범행을 저질렀다. 이번에는 택시등을 제거하고 '야타족'을 가장했다.
이들은 의류매장 직원인 여성 3명에게 "같이 술 한잔하자"며 접근했고 피해자들은 의심 없이 차량에 탑승했다. 약 17시간 동안 경기 남부 일대를 돌아다닌 뒤 용인휴게소 인근 갓길에 차를 세운 김씨와 허씨가 돌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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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명의 여성을 위협해 현금 12만원을 빼앗았고 일행이 보는 앞에서 성폭행을 저질렀다. 이후 피해자들을 차례로 살해했다. 이들은 첫 번째 피해자인 이씨를 제외한 나머지 5명의 시신을 차량에 싣고 이동했다.

이들은 살인과는 전혀 다른 이유로 경찰에 붙잡혔다. 2002년 4월30일 밤 차량 번호판을 떼어내던 모습이 CCTV에 포착됐는데 경찰은 이들을 번호판 절도범으로 오인한 것이다.
허씨는 경찰과 경비업체 직원들이 100여m를 추격한 끝에 체포됐으나 김씨는 도주했다. 경찰은 현상금 500만원을 걸고 김씨를 긴급 수배했고, 다음 날인 5월1일 동생 집에 숨어 있던 김씨를 급습했다. 김씨는 경찰을 보자마자 흉기로 자신의 목을 찔러 자해했고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당일 사망했다.

경찰은 차량 내부에서 여성 시신 5구가 나오자 경악했고 김씨 사망 사실을 숨긴 채 허씨를 집중 추궁했다. '왜 시신을 차량에 싣고 다녔느냐'는 질문에 허씨는 "나중에 범행 지역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한꺼번에 묻기 위해서였다"고 진술했다. '시신을 싣고 다니는 것이 두렵지 않았냐'는 질문에는 "아무렇지 않았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허씨는 자필 진술서를 통해 "잡히지 않았다면 계속해서 사람을 죽였을 것"이라고 밝혔다. 진술서를 작성하면서 그는 눈물을 흘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결국 사형이 확정됐으며 현재까지 미집행 상태로 수감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