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조업' 中선장에 살해당한 아빠 해경…17㎝ 칼날 모두 들어가 [뉴스속오늘]

전형주 기자
2025.12.12 07:46
[편집자주] 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불법 중국어선을 단속 중에 사망한 고 이청호 경장 살해 사건 현장 검증이 실시된 인천해경전용부두 중국어선 루원위호 조타실에서 이 경사를 찌른 혐의를 받고 있는 청다웨이 선장이 범행 장면을 재현하고 있다. /사진=뉴스1

2011년 12월12일 새벽 5시40분쯤, 인천 옹진군 소청도 남서쪽 74㎞ 해상. 해양경찰 레이더에 불법 조업을 하던 중국 어선 두 척이 포착됐다. 해경이 7박8일 일정으로 소청도 해역에 투입돼 불법조업을 감시한 지 사흘째 되던 날이었다.

해경은 곧바로 단속에 나섰다. 3005함 대원 16명이 고속단정 2척에 나눠 타 현장으로 출동했다. 어선 2척 중 요금어 15001호(66t급)에 접근, 정선 명령을 내렸다.

중국인 선원들은 쉽게 투항하지 않았다. 해경에게 손도끼, 갈고리, 낫, 쇠파이프 등을 휘두르며 격렬하게 저항했다. 이청호 경장과 대원 8명이 어선에 올라 이들을 제압했지만, 선장 청다웨이(당시 42세)는 조타실 문을 걸어 잠근 채 끝까지 버텼다.

결국 이 경장이 앞장섰다. 섬광탄을 투척해 출입문을 부순 그는 망설임 없이 조타실로 진입했다. 그런데 그 순간 무언가가 이 경장의 옆구리를 관통했다. 선장 청다웨이가 휘두른 흉기였다. 뒤따라 진입한 이낙훈 순경도 흉기에 복부를 찔렸다.

이 경장과 이 순경은 인천 인하대병원으로 이송됐다. 이 순경은 다행히 수술을 받고 안정을 되찾았지만, 이 경장은 병원에 도착하기도 전 과다 출혈로 세상을 떠났다. 이 경장은 좌측 옆구리에 17㎝길이 칼날이 모두 들어가 장기 파열 등 치명상을 입은 상태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사형 구형에도 징역 23년, 왜?
불법조업 단속에 나선 우리 해경 故 이청호 경사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하고 공무집행을 방해한 중국인 선장 청다웨이. /사진=뉴1

청다웨이는 이 경장을 살해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지만, 일주일 만에 혐의를 시인했다. 그는 그해 12월19일 인천 중구 인천해양경찰서 전용부두에서 현장 검증을 마치고 "제 실수로 경찰관 1명이 사망하고 1명이 부상한 사실에 대해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해경은 "청다웨이가 '자백하면 사형을 당할까 봐 겁이 나 거짓말했다'고 털어놨다"고 전했다.

검찰은 이듬해 4월4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살인이 계획적인 데다 어떠한 보상도 하지 않은 점, 유족이 무거운 처벌을 원하는 점 등을 고려하면 엄벌이 불가피하다"며 사형을 구형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청다웨이에게 징역 30년과 벌금 20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청다웨이가 우발적으로 범행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을 저질렀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다만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의 권고 형량(9년~20년 4개월)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판단해 권고형량 상한을 초과한 형을 정한다"고 판시했다.

청다웨이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고, 항소심에서 징역 23년으로 감형됐다. 재판부는 "공권력에 집단적인 폭력을 가해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면서도 계획범죄가 아닌 점, 범행을 깊이 뉘우치는 점을 고려했다고 판시했다.

평생 위국헌신…1계급 특진·옥조근정훈장 수훈
임무 중 불의의 습격으로 죽음을 맞은 이 경장은 순직이 인정돼 1계급 특진, 경사가 됐다. 정부는 또 이 경사의 희생과 공로를 인정, 옥조근정훈장을 수여했다. 인천해양경찰서는 인천해경부두와 월미공원, 해양경찰교육원 등에 이 경사의 흉상을 제작했다. 2015년 12월 해경 경비함정 중 최대 규모인 삼봉급 2번 함을 이청호함으로 명명했다. /사진=뉴스1

1996년 특전사 예비역 중사로 전역한 이 경장은 1998년 순경 특채로 해양경찰이 됐다. 특수 구조단, 특수 해상 기동대, 특공대 폭발물 처리팀 등을 거친 그는 중국 어선 나포 공로 등으로 해양경찰청장상을 포함해 6차례에 걸쳐 표창을 받았다.

임무 중 불의의 습격으로 죽음을 맞은 이 경장은 순직이 인정돼 1계급 특진, 경사가 됐다. 정부는 또 이 경사의 희생과 공로를 인정, 옥조근정훈장을 수여했다.

인천해양경찰서는 인천해경부두와 월미공원, 해양경찰교육원 등에 이 경사의 흉상을 제작했다. 2015년 12월 해경 경비함정 중 최대 규모인 삼봉급 2번 함을 이청호함으로 명명했다.

이 밖에도 두산연강재단은 이 경사 슬하 삼남매 학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중국 정부, 사과 표명은
김황식 당시 국무총리는 13일 오후 불법조업 중이던 중국어선을 나포하던 과정에서 순직한 고(故) 이청호 경사의 빈소가 마련된 인하대병원을 방문, 옥조근정훈장을 추서하고 유가족들을 위로했다./사진=뉴시

중국 정부는 이 경사 사망 사건에 대해 책임을 회피하는 태도를 보였다. 중국 외교부 류웨이민 대변인은 사건 당일 "중국은 관련 부처를 통해 어민 교육과 어선 관리 대책, 규정 위반행위 방지 대책을 여러 차례 취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 쪽이 청다웨이의 합법적 권리를 보장하고 인도주의적 대우를 해주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당시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 외교부 정례브리핑에서도 이 경사 살해 사건에 대한 별도의 유감이나 사과 표명은 없었다.

중국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한국은 어떤 상황에서도 중국 어민에게 무기를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고, 관영매체 인민일보는 "한국 해경 사망은 유감이지만 중국 어민이 어업 활동을 하는 것은 주로 생계를 위한 것"이라며 "이런 사건이 양국 관계에 영향을 끼쳐선 안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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