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장 넘는 불송치 결정서를 받았다'는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 발언이 뜻밖의 논란으로 번졌다. 그가 언급한 200장이 불송치 결정서가 아니라 수사 보고서라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지난 18일 서울중앙지법 심리로 열린 하이브와 민 전 대표 간 주주 간 계약 해지 및 주식 매매 대금 청구 소송 변론 기일에서 돌연 민 전 대표의 '200장 넘는 경찰 불송치 결정서' 발언이 쟁점이 됐다.
하이브 측은 민 전 대표에게 "유튜브 방송 '장르만 여의도'에 출연해 1시간 넘게 본인 입장을 밝혔는데 당시 방송에서 경찰에서 수사해 작성한 불송치 결정서가 200장이 넘는다는 말을 한 적 있느냐"고 불었다.
그러자 민 전 대표는 "네"라며 "제가 불송치 결정서 받은 거요"라고 답변했다.
실제 민 전 대표는 지난 4일 유튜브 채널 '장르만 여의도'에 출연해 '뒷받침할 만한 증거들 많이 갖고 계신거죠?'라는 질문을 받고 "이미 불송치 결정문이, 사실 제가 공개를 안 해서 그렇지 200장이 넘는다"며 "경찰에서는 저의 모든 카톡을, 제가 안 내도 되는 카톡까지 다 보고 판단한 것"이라고 답변한 바 있다.
이에 하이브 측이 "피고가 법정에 제출한 불송치 결정서는 19장이다. 근데 방송에서 200장이 넘는다고 하는데"라고 의문을 표했고, 재판부도 "200장이란 말을 방송에서 했느냐"고 민 전 대표에게 재차 물었다.
민 전 대표는 "200장 넘게 제가 받았으니까요"라고 일관된 답변을 내놨다. 이후에도 재판부가 "200장이 넘는 수사, 수사기관으로부터 받은 적이 있나?"라고 재차 확인에 나섰는데, 민 전 대표는 "네"라고 답했다.
민 전 대표 법률 대리인인 세종은 "200장 넘는 불송치결정서를 증거로 제출한 적 없다"며 "필요한 불송치 결정서는 이미 제출했다"고 했다. '200장인지, 19장인지 쪽수 제출은 가능하지 않으냐'는 재판부 질의에 세종 측은 "그것도 저희가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경계했다.
일반적으로 경찰 불송치 결정서는 10장 정도이며 200장에 달하는 경우는 없다는 게 법조계 해석이다. 검사 출신인 민경철 변호사는 최근 자신의 유튜브 채널 '법지피티'에서 "불송치 결정서는 200장이 넘을 수가 없다"며 "민씨가 얘기하는 건 불송치 결정서가 아니라 수사 보고서인 것 같다"고 했다.
수사 보고서는 수집한 증거에 대한 설명 또는 의견을 달아 수사 담당자가 사실관계에 대해 어떻게 판단하는지 적은 수사기관 내부 문서다.
증거에 대한 담당 수사관 의견이 적혀 있는 건데, 민 변호사는 "민희진 측에 수사 보고서가 어떻게 전달됐는지는 모르겠지만 심각한 문제다. 수사기관에서 줬는지, 민씨가 불법적으로 취득했는지 그건 알 수 없지만 만약 수사기관이 유출했다면 가장 공정해야 하는 기관이 상대방이 주장하는 모든 내용과 증거를 다른 상대방한테 줬다는 것이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상대방 패를 다 알고 고스톱 치는 것과 똑같다"고 비유하며 "수사관이 수사 보고서를 피고소인인 민희진 측에 전달했다면 공무상 비밀누설죄가 되어 처벌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지난 17일 마약 투약 혐의로 수사를 받다 숨진 배우 이선균씨 수사 정보를 유출한 전직 경찰관이 1심에서 징역 1년 2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 전직 경찰관은 2023년 10월 인천경찰청 마약범죄수사계가 작성한 이씨 인적 사항이 담긴 마약 의혹 사건 보고서를 촬영해 기자 2명에게 유출한 혐의를 받는다. 이 사건으로 A씨는 파면 처분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