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특검팀 내부에서 다양한 의견이 나왔지만 범행의 중대성을 고려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검팀은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지귀연) 심리로 열린 윤 전 대통령 결심공판에서 사형을 내려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박억수 특검보는 이날 구형에 앞서 "이번 재판을 통해 공직 엘리트들이 자행한 헌법 질서 파괴행위를 전두환·노태우 세력보다 더 엄정하게 단죄함으로써 대한민국이 형사사법시스템을 통해 스스로 헌정질서를 수호할 수 있음을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란 범죄의 중대성 △1980년 이후 재현된 헌정 파괴 △정치적 중립 및 국민에 대한 충성의무 있는 군·경 동원 △국민 갈등 및 국론 분열 △대한민국 경제 상황 악화 및 국가 신인도 추락 △재발 방지 필요성 △엄정한 형벌의 필요성 및 양형에 관한 판단 △가장 큰 피해자인 국민의 엄벌 호소를 고려했다"고 했다.
박 특검보는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구체적인 양형 사유에 대해서는 "비상계엄 선포는 대통령 지위와 권한을 악용한 지능적·계획적·조직적 범행으로 연령, 성행, 지능과 환경 등 측면에서 피고인에 유리하게 참작할 사정은 없다"며 "피고인은 권력 독점과 장기집권 권력욕을 위해 비상계엄을 기획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국민을 속이고 견제기구를 무력화하는 등 가중의 사유만 있으며 감경의 사유가 전혀 없다"며 "피고인은 국민에게 한 차례 사과도 한 적 없고 분열과 반목을 부추겼다. 재발가능성도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박 특검보는 "대한민국 형사사법에서의'사형'은 집행하여 사형을 시킨다는 의미가 아니라, 공동체가 재판을 통해 범죄 대응 의지와 그에 대한 신뢰를 구현하는 것"이라며 "법정형 중 최저형으로 형을 정함은 마땅하지 않고, 최저형이 아닌 형은 '사형' 밖에 없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지난 8일 내부 회의 끝에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 당시 특검팀 회의에선 윤 전 대통령 사형 구형을 두고 치열한 논의를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무기징역이 적합하다는 의견을 낸 사람들도 다수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내란죄의 법정형은 사형·무기징역·무기금고다. 강제노역이 포함되지 않은 무기금고는 사실상 회의 선택지에서 제외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형은 수형자 생명을 박탈하는 형벌로, 법정 최고형이다. 대한민국은 사형제가 남아있지만 집행에 이르지 않은지 오래돼 실질적 사형 폐지 국가로 분리된다. 마지막 사형 집행은 1997년이다.
과거 내란 우두머리 등 혐의로 재판을 받은 전두환 전 대통령은 1심 사형 선고 당시 윤 전 대통령과 다르게 '내란 목적 살인' 혐의도 적용됐다. 정권 찬탈 과정에서 수많은 사망자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전 전 대통령은 2심에서 무기징역으로 감경된 뒤 형이 확정됐다.
사형 구형이 적합하지 않다고 주장한 쪽은 계엄으로 인한 사상자 등 유형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 실패한 계엄이라는 점을 이유로 들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특검팀은 계속된 회의 끝에 범죄의 중대성과 국민 정서, 추후 선고 형량이 감경될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해 사형 구형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태호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전두환·노태우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죄질이 가볍다고 평가하는 경향이 있으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며 "사형 구형이 적합하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내란죄 실행 당시 두 사람은 군인 장성이었고, 윤석열은 대통령"이라며 "책임이 훨씬 막중한 자리에 있었다는 뜻"이라고 했다.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 대학원 교수는 "죄질만 따져보면 우리 사회가 이룩한 민주화를 한번에 뒤집으려던 것으로, 사형 구형이 적합"이라고 밝혔다. 서 교수는 "실질적 인명피해가 없다고 하나 이는 실패했기 때문"이라며 "수첩 등 증거물만 봐도 예상되는 피해들이 컸을 것임이 분명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