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닥타닥' 순식간에 휩싸인 불길…이륙 지연 덕에 176명 극적 탈출[뉴스속오늘]

류원혜 기자
2026.01.28 06:00
[편집자주] 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지난해 1월 28일 부산 김해국제공항에서 이륙을 준비하던 홍콩행 에어부산 BX391편에서 화재가 발생한 모습/사진=SNS 갈무리

1년 전인 2025년 1월 28일. 밤 10시15분쯤 부산 김해국제공항에서 이륙을 준비하던 홍콩행 에어부산 BX391편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다행히 이륙 전이었고 승무원들도 신속하게 대처한 덕에 탑승객 176명 모두 생존했다.

당시 승객들 머리 위 선반(오버헤드빈)에 있는 보조배터리에서 불이 시작된 것으로 파악되면서 기내 수하물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약 1년이 지난 현재 한진그룹 소속 5개 항공사는 보조배터리 기내 사용을 전면 금지한 상태다.

이륙 미뤄진 덕에 신속한 대피…176명 전원 생존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와 부산경찰청, 부산소방재난본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이 지난해 1월 30일 부산 강서구 김해국제공항 에어부산 항공기 화재현장에서 합동감식을 앞두고 안전 확보를 위한 현장점검을 하고 있던 모습./사진=국토교통부 제공

사고 여객기 출발 예정 시간은 오후 9시55분이었다. 하지만 오후 10시4분 홍콩국제공항으로 출발하기 위해 계류장에서 대기하던 중 김해공항 계류장 관제사로부터 '항로 분리'(항공기 안전 간격)를 이유로 출발 시간을 10시33분으로 미뤄야 한다고 통보받았다.

그런데 10분 만인 오후 10시14분 기내 뒤쪽에 있던 승객들 머리 위 선반에서 '타닥타닥' 소리가 들리더니 연기가 나면서 불똥이 떨어졌다. 조종실에는 'LAV Smoke'(객실 내 연기) 경고등이 울렸고 객실 승무원은 화재 상황을 기장에게 보고했다.

오후 10시15분 기장은 비상 탈출을 지시했다. 승무원들 침착한 대응으로 기체가 불길에 완전히 휩싸이기 전에 승객 170명과 승무원 6명은 비상 슬라이드를 통해 대피했다. 이 과정에서 3명이 중상, 24명이 경상을 입었다.

소방 당국은 승객과 승무원이 모두 탈출한 것을 확인하고 오후 10시20분부터 화재 진압을 시작했다. 불은 기체 절반가량을 태우고 1시간여 만인 오후 11시31분 완전히 꺼졌다.

화재 원인은 '보조배터리'…기내 선반 보관 금지됐다
사고 다음 날인 지난해 1월 29일 부산 강서구 김해국제공항 에어부산 항공기 화재 현장./사진=뉴시스

항공업계는 화재 원인으로 승객이 선반에 넣은 기내 수하물 속 리튬 보조배터리를 지목했다. 짧은 시간에 좁은 공간에서 불이 났기 때문이다. 보조배터리 대부분은 리튬이온 배터리로 충격과 압축, 과열, 내부 단락이 생기면 화학반응이 촉진돼 화재나 폭발로 이어질 수 있다.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조사에서도 여객기 양측 날개와 엔진이 손상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면서 기체 결함보다 외부 요인으로 불이 났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정밀 분석 결과 화재는 보조배터리 내부 합선으로 발생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발화 위치는 왼쪽 30번 좌석 상단 선반 주변으로 추정됐다. 바닥에 있던 보조배터리 잔해에서는 다수의 전기적 용융흔(녹은 흔적)이 발견됐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이 기내에서 보조배터리 사용 전면 금지를 시작한 지난 26일 부산 강서구 김해국제공항 국제선 에어부산 탑승수속대에서 보조배터리 기내 사용 금지를 안내하는 문구가 나오고 있다./사진=뉴시스
잦은 보조배터리 화재…규제 들어간 항공사

기내 반입 보조배터리로 인한 사고는 처음이 아니었다. 2024년 12월 김해공항을 출발해 일본 후쿠오카로 향할 예정이던 에어부산 BX142편 여객기 내에서도 승객이 들고 있던 보조배터리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같은 해 4월 김포공항을 출발해 제주로 향하던 아시아나항공 OZ8913편 선반에 있던 보조배터리에서도 연기가 피어올랐다.

항공기 운항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면서 기내 수하물 관련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 한진그룹 소속 5개 항공사는 지난 26일부터 국내·국제선 항공편 기내에서 보조배터리 사용을 전면 금지했다.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도 앞서 같은 규정을 발표했다.

앞으로 이들 항공사 승객들은 보조배터리를 단순 소지해 탑승하는 것만 가능하다. 기내에서는 보조배터리로 전자기기를 충전하는 행위가 모두 금지된다.

기내 반입 규정에 따라 용량·개수 제한에 맞춰 보조배터리를 소지할 수 있으며 반드시 단락(합선) 방지 조치를 해야 한다. 탑승 전 절연 테이프를 보조배터리 단자에 부착하거나 비닐백·개별 파우치에 보조배터리를 한 개씩 넣어 보관하는 등 방식이다.

보조배터리를 기내 반입한 뒤에는 손이 닿는 곳에 직접 휴대하거나 좌석 앞주머니나 앞 좌석 하단에 보관해야 한다. 기내 선반에 두는 것은 금지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