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5·18민주화운동을 왜곡한 '전두환 회고록'의 출판은 금지돼야 한다고 최종 판단했다. 5·18민주화운동과 관련해 전두환 전 대통령이 허위 사실을 적시해 생긴 손해배상 책임도 인정했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12일 5·18단체들과 고(故) 조비오 신부의 조카 조영대 신부가 전 전 대통령과 아들 재국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전 전 대통령 측이 제기한 상고를 기각했다.
이 소송은 전 전 대통령이 2021년 사망하면서 그의 부인인 이순자 여사가 피고 지위를 이어받았다. 대법원은 이 여사가 공동으로 손해배상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앞서 전 전 대통령은 5·18민주화운동에 북한군이 개입됐다는 내용과 광주 유혈 진압에 대해 본인의 책임을 부인하는 내용을 담은 회고록을 썼다. △'5·18민주화운동 당시 남파된 북한군, 공작원, 특수요원들이 시위에 참여해 이를 격화시켰다' △'당시 계엄군의 헬기를 이용한 사격은 없었다' △'당시 시민들이 먼저 무장을 했기 때문에 계엄군이 자위권을 발동할 수밖에 없었다'는 등의 표현이 담겼다.
조 신부에 대해선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일 뿐"이라고 썼다. 조 신부는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헬기 사격을 다수 목격했다고 진술한 인물이다.
5·18기념재단과 유족회 등은 2017년 전 전 대통령을 상대로 허위 사실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또 회고록에서 민주화운동을 왜곡한 부분을 삭제하지 않고는 출판을 할 수 없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1심은 2018년 9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하며, 회고록에서 총 69개의 표현을 삭제하지 않으면 해당 서적을 출판, 배포할 수 없도록 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피고가 5·18단체들에 각각 1500만 원씩, 조영대 신부에게 1000만 원 등 총 7000만 원을 배상하라고 주문했다. 2심도 2022년 9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유지했다.
대법원은 "위 회고록의 일부 표현들은 전두환 등이 허위 사실을 적시한 것이고 이로 인해 원고 5·18단체들의 사회적 평가가 침해됐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5·18민주화운동의 전개 과정, 관련 확정판결의 내용, 5·18민주화운동 전후 작성된 문서들의 내용, 관련자들의 진술(법정진술 포함) 및 국방부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의 조사 결과 등을 종합해 보면, 이 사건 각 표현이 적시한 위 사실들은 모두 허위임이 증명됐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또 "모욕적 표현으로 조 신부를 경멸한 것은 유족으로서 추모 감정 등을 침해한 것"이라며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