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여성 폭력 피해 상담의 절반 이상이 전·현 배우자나 연인 등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정폭력이 가장 많았고 성폭력·스토킹·데이트폭력 등이 복합적으로 겹친 사례도 적지 않았다.
7일 한국여성의전화가 3·8 세계여성의날을 맞아 발표한 '2025년 여성 폭력 상담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본부를 포함한 전국 22개 상담소에서 진행한 상담은 총 6만3064건으로 지난해 5만5534건보다 13.6% 늘었다.
전체 상담 가운데 초기 상담은 7832건, 재상담은 5만5232건이었다. 이 중 폭력 피해가 확인된 초기 상담은 7203건으로 집계됐다.
폭력 유형별로 보면 가정폭력이 4523건(62.8%)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성폭력 3167건(44.0%) △스토킹 926건(12.9%) △데이트폭력 853건(11.8%) △직장 내 성적 괴롭힘 451건(6.3%) △디지털 성폭력 236건(3.3%) 순이었다.
함께 나타난 사례도 많았다. 가정폭력 상담 가운데 성폭력이 동반된 경우는 14.1%, 스토킹이 함께 발생한 경우는 12.4%였다. 데이트폭력 상담에서는 성폭력이 함께 나타난 비율이 65.7%, 스토킹이 동반된 비율은 29.0%였다.
피해자와 가해자 관계를 보면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한 폭력이 전체의 절반을 넘었다. 폭력 피해 초기 상담 7203건 중 전·현 배우자, 전·현 애인, 데이트 상대자 등 친밀한 관계에 의한 피해는 4033건으로 56.0%를 차지했다.
세부적으로는 전·현 배우자가 3149건(43.7%)으로 가장 많았다. 친족이 1270건(17.6%)으로 뒤를 이었고, 전·현 애인이나 데이트 상대자는 884건(12.3%), 직장 관계자는 521건(7.2%), 동네 사람이나 지인은 266건(3.7%)이었다. 반면 모르는 사람과 단순 대면인에 의한 피해는 각각 196건(2.7%), 143건(2.0%)으로 합쳐도 4.7%에 그쳤다.
한국여성의전화는 "친밀한 관계 내 폭력을 더 구체적으로 보기 위해 일부 지부를 제외한 19개 지부 상담 사례 6455건을 별도로 분석한 결과 친밀한 관계 파트너에 의한 폭력 상담은 3564건으로 55.2%를 차지했다"고 설명했다.
피해 유형별로는 신체적 폭력이 2347건(65.9%)으로 가장 많았고, 정서적 폭력 1762건(49.4%), 경제적 폭력 525건(14.7%), 성적 폭력 450건(12.6%) 순으로 나타났다.
수사 과정에서 2차 피해를 겪는 사례도 확인됐다. 여성의전화 본부 상담 사례 중 2차 피해가 확인된 65건을 보면 가해자 가족이나 주변인에 의한 피해가 40.0%로 가장 많았다. 이어 경찰 27.7%, 피해자 가족·주변인 18.5% 순이었다. 검찰과 법원 등 수사·사법기관에 의한 피해도 12.3%였다.
한국여성의전화는 "상담 현장에서는 가정폭력, 성폭력, 스토킹, 데이트폭력 등 여러 폭력 유형이 중첩적으로 나타난다"며 "피해 양상은 혼인 여부에 따라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정부는 여성 폭력의 현실을 직시하고, 스토킹 처벌법에 교제 폭력을 포함하는 방식의 땜질식 대응이 아니라 친밀한 관계 내 여성 폭력을 포괄하는 입법으로 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