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전인 2015년 3월 12일, 빌린 돈을 갚지 않는다는 이유로 지인에게 PC방 업주를 살해하도록 교사한 경북경찰청 소속 경찰 장모씨가 항소심에서 징역 30년을 선고받았다.
장씨는 2억여원을 빌려 간 PC방 업주 이모씨에게 돈을 더 빌려주는 대가로 이씨 사망보험금 수급자를 자신으로 변경했는데, 이 3억원 상당의 보험금을 타기 위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1999년부터 15년간 경찰로 공직에 몸담으며 모범경찰 표창을 13번이나 받은 장씨가 지인에게 청부살인을 의뢰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지역 사회는 큰 충격에 빠졌다.
2014년 2월16일 경북 칠곡군 한 PC방에서 퇴직 경찰관인 업주 이씨가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PC방 주변 폐쇄회로(CC)TV 영상과 이씨 통화기록 분석을 토대로 나흘 만인 2월 20일 범인 배모씨를 검거했다.
수사 초반 "우발적 범행"이라고 주장하던 배씨는 경찰의 끈질긴 추궁 끝에 배후를 털어놨다. 배씨가 지목한 인물은 당시 칠곡경찰서 소속 경사였던 장씨. 장씨는 2008년도에 피해자 이씨와 같은 파출소에 근무한 이력이 있었다.
이씨는 2010년 명예퇴직한 전직 경찰로 장씨의 상관이었다. 그는 재직 전후 14차례에 걸쳐 장씨에게 돈을 빌렸고, 어느덧 2억2000만원에 달하는 채무를 지게 됐다. 2013년 5월 채무 일부를 상환하고도 1억원가량 남았을 때 개인 사업이 어려워진 이씨는 장씨에게 추가로 3000만원을 빌려달라고 요구했다.
장씨는 돈을 빌려주는 대신 이씨에게 사망 시 2억원이 지급되는 생명보험에 가입하게 한 뒤 보험금 수급자를 자신으로 지정했다. 그해 9월 이씨가 850만원을 빌려달라고 하자 1억원짜리 생명보험을 추가로 가입시키기도 했다.
장씨는 곧 이씨를 살해하고 보험금을 탈 마음을 품게 됐다. 그는 2012년 사기 사건 수사 당시 참고인으로 알게 된 배씨와 범행을 공모했다. 배씨는 폭력 전과 2범의 전과자였다.
장씨는 배씨가 자신에게 4000만원을 빌려 간 뒤 2900만원 채무가 남은 점을 이용했다. 장씨는 범행 대가로 남은 채무를 탕감해 주고, 이씨 사망보험금 3억원을 받으면 그중 3000만원을 배씨에게 주겠다고 약속했다.
다년간 수사 경험을 바탕으로 장씨는 이씨에게 수면제를 먹인 뒤 고농도 산소를 주입해 죽일 계획을 세웠다. 그는 동창을 통해 고압 산소통을 구입하는 한편, 범행에 쓸 산소마스크를 페트병으로 직접 만들기도 했다.
첫 범행 시도는 2013년 12월이었다. 장씨는 수면제 넣은 칡즙을 이씨에게 건네 마시게 했으나 약효가 들지 않아 미수에 그쳤다.
이듬해 1월 PC방을 찾은 장씨는 이씨에게 수면제 탄 음료를 재차 먹였다. 계획대로 이씨가 잠들자 장씨는 배씨에게 연락했으나 배씨가 범행을 망설이다 끝내 현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두 번째 범행 시도도 실패했다.
이씨는 장씨가 준 음료를 먹고 잠든 점을 이상히 여기고 그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결국 크게 싸우며 관계가 틀어진 두 사람. 장씨는 배씨에게 계획을 일임하며 "만약을 위해 흉기를 준비하라"고 구체적인 범행 방법도 가르쳤다.
2014년 2월 16일 배씨는 "PC방을 인수하고 싶다"며 이씨에게 접근했다. 이씨와 함께 PC방에서 저녁을 먹던 배씨는 음료를 사 오겠다며 가게를 나섰고, 인근 편의점에서 산 콜라에 수면제를 탄 뒤 이씨에게도 건네 마시게 했다.
이후 자리를 빠르게 정리한 배씨는 PC방 근처를 배회하며 이씨가 잠들길 기다렸다. 배씨는 이씨가 전화를 받지 않는 걸 확인하곤 창문을 통해 PC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곤 이씨에게 산소마스크를 씌워 고압산소를 주입하려 했다.
하지만 그 순간 이씨가 잠에서 깼다. 이씨는 곧 거세게 저항하기 시작했다. 얼마간 그와 몸싸움을 벌이던 배씨는 장씨 조언에 따라 미리 사둔 흉기를 휘둘렀다. 결국 이씨는 목숨을 잃었다.
배씨와 장씨는 살인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순순히 혐의를 인정한 배씨와 달리 장씨는 "(배씨에게) 농담 삼아 한 얘기인데 설마 배씨가 실행에 옮길 줄은 몰랐다"며 범행을 부인했다.
장씨 변호인은 장씨가 '불능범'이라 살인죄가 성립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설령 장씨에게 이씨를 살인할 의사가 있었다 하더라도 고압 산소를 체내 주입하는 방식으론 살인이 불가능하므로 불능범(不能犯)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법원은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1·2심은 장씨에게 징역 30년, 배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이후 배씨는 상고를 포기해 형이 확정됐고, 장씨는 2015년 7월 대법원에서도 징역 30년을 확정받았다.
법원은 장씨에 대해 "현직 경찰관이 신분을 망각한 채 살인이라는 중한 범죄를 도모하고 결국 피해자를 살해해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며 "반성은커녕 구속 이후에도 증거 인멸을 계속 시도해 엄히 처벌함이 마땅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