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정부가 8년 만에 글로벌 승강기 업체 쉰들러(Schindler Holding AG)가 제기한 ISDS(국제투자분쟁)에서 완벽한 승소한 배경에는 치밀한 법리 개발과 증거 수집이 있었기 때문이다. ISDS 본안 심리단계에서 전부 승소한 건 이번이 두번째다.
법무부는 "이번 사건은 2018년 중재의향서 접수 이후 8년간 진행된 대형 투자 분쟁"이라며 "우리 정부가 치밀한 법리 개발과 증거 수집을 통해 국제 중재에서 완벽히 방어한 값진 승리"라고 15일 밝혔다.
정부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ISDS 사건 중 중재절차 본안 심리단계에서 전부 승소를 거둔 역대 두번째 사례다. 첫 번째 사례는 2024년 6월에 있던 중국 투자자 ISDS 중재절차 사건이다.
국제상설중재재판소는 전날 쉰들러가 중재절차에서 주장한 3250억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한국 정부가 소송에 지출한 약 96억원도 쉰들러 측이 지급하도록 했다.
쉰들러는 2018년 한국의 공정거래위원회·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이 조사·심사를 다 하지 않아 쉰들러가 투자한 현대엘리베이터의 주가가 하락하는 등 큰 손해를 입었다며 최초 약 4900억원, 최종적으로 약 3250억원을 배상하라고 중재를 제기했다.
쉰들러 측은 △현대엘리베이터가 경영권 방어를 목적으로 파생상품 계약을 체결하고 이를 위해 2013~2015년에 걸쳐 불필요한 유상증자를 실시해 현대엘리베이터의 주가가 하락한 점 △이후 현대엘리베이터가 2016년 경영진에 콜옵션을 헐값에 양도해 주주의 이익이 침해된 점 △이같은 과정에서 한국의 규제당국에 여러 차례 민원·신고를 제기했으나 이들이 적절한 조사를 실시하지 않아 투자 협정상 의무를 위반한 점 등을 주장했다.
이외에도 한국 정부가 현대그룹 회장의 정치적 영향력을 고려해 의도적으로 경영권을 보호하고 외국 투자자인 쉰들러를 고의로 차별 대우했다고 우겼다.
이에 한국 정부는 사건의 본질은 '현대엘리베이터와 쉰들러 사이 경영권 분쟁'이며 그 책임을 정부로 돌리는 것은 부당한 ISDS라는 점을 강조했다. 또 금감원의 현대엘리베이터 유상증자 증권신고서 심사와 공정위의 콜옵션 양도에 대한 조사 등이 국내 법령과 관행을 엄격히 준수해 수행됐단 점을 입증했다. 쉰들러 측의 '대기업 편들기'나 '외국인 투자자 차별' 주장도 추측에 불과함을 밝혔다.
8년의 공방 끝에 중재판정부는 "쉰들러 측 주장을 전부 기각한다"며 만장일치로 대한민국 전부 승소 결정을 내렸다. 중재판정부는 △공정·공평 대우(FET) 의무 위반 부존재 △충분한 보호 조치 및 안전(FPS) 의무 위반 부존재를 근거로 쉰들러 측 청구를 기각했다.
중재판정부는 FET 위반이 성립하려면 △규제당국의 조치가 단순한 국내법 위반을 넘어 자의적·불합리·차별적 조치여야 하고 △선의 및 정당한 목적이 결여된 악의성이 전제돼야 하는데, 이에 대한 어떠한 객관적 증거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또 투자 협정상 FPS 의무는 법적 보호까지 확대되지 않는다고 봤다. 중재판정부는 "FPS 의무는 투자에 대한 '물리적 보호'에 국한되며 '법적 보호'까지 확대되지 않는다"고 했다. 나아가 FPS 의무에 법적 보호까지 포함되더라도 한국 사법체제 내에서 주주대표소송 등을 통해 충분한 법적 보호를 받았으므로 한국 정부가 투자자 보호 의무를 이행했다고 판단했다.
법무부는 "앞으로도 관계부처, 전문가 및 국내외 정부대리로펌 등과 긴밀히 협업해 관련 후속 조치에 철저히 대응해 최선을 다해 국익을 보호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