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별적으로 따져 형사사건 성공보수 줘라"…11년 만에 판례 바뀔까

송민경 (변호사)기자
2026.03.23 13:29
서울 서초구 대법원 입구./사진=뉴시스

2015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라 무효가 됐던 형사사건의 변호사 성공 보수를 인정하는 하급심 판단이 나와 11년 만에 판례가 변경될지 주목된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1-3부(당시 부장판사 최성수 임은하 김용두)는 지난 1월23일 A 법무법인이 의뢰인 B씨를 상대로 낸 약정금 소송에서 B씨가 A 법무법인에 3300만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B씨는 2019년 11월 1심에서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명예훼손 혐의로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후 B씨는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을 경우 A 법무법인에 성공 보수 3300만원을 지급하기로 약정했다.

B씨는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고 판결은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하지만 B씨는 A 법무법인에 성공보수를 지급하지 않았다. 이에 A 법무법인은 B씨를 상대로 약정금 소송을 제기했다.

B씨는 약정금 소송에서 형사 사건에 관한 성공 보수 약정은 수사 및 재판의 결과를 금전적인 대가와 결부시킨 것으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는 2015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례에 다른 것이다. 대법원은 "형사사건에서 성공보수금은 변호사 직무의 공공성을 저해하고 의뢰인과 일반 국민의 사법제도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릴 위험이 있다"며 "선량한 풍속 등 사회질서에 위반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법률행위를 무효로 규정한 민법 103조에 따라 무효로 봐야 한다"고 했다.

1심은 기존 대법원의 판례대로 B씨의 손을 들어줬지만 항소심에서 원심 판결이 뒤집혔다. 2015년 대법원 판례와 다른 판단이 나온 것이다.

2심 재판부는 "형사사건에서 변호사와 의뢰인의 관계는 자유로운 위임계약에 기초하므로 그에 부수한 성공보수 약정 역시 강행규정이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되지 않는 한 계약 자유의 원칙에 따라 당사자의 자율에 맡겨져야 한다"고 했다.

이어 "모든 형사사건에서의 성공보수 약정을 일률적으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배된다고 평가할 것이 아니라 개별 사안에서 해당 성공보수 약정이 형사 사법의 염결성과 공정성에 대한 신뢰를 현저히 훼손하거나 사법 정의에 반하는 경우에 한해 이를 무효로 보아야 한다"며 "이 사건 약정은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했다.

또 "B씨가 이 사건 약정에 따른 약정금 전액을 지급할 충분한 경제적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정을 고려하면 기존의 법리를 방패로 삼아 이를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한 것으로 정당한 권리행사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 사건은 B씨가 상고하면서 대법원 판단을 받게 됐다. 대법원이 2심 판결을 그대로 확정할 경우 기존의 대법원 판례가 11년 만에 바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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